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2
정유정 지음 / 비룡소 / 200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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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을 뿌리치게하고 일요일 오전 내도록 나를 빠져들게 한 책이었다.

작가의 구수한 입담이 나를 웃게 만들고, 책을 놓지 않게 만들었다.

어찌나 빠져들어갔는지.. 누가 나를 찾는게 싫을 정도였다.

 

스프링 캠프란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에서 봄의 정규리그가 시작되기 전 따뜻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가지는 합숙훈련을 뜻한다. 사람으로 치면 어른이 되기 전 청소년들의 몸과 마음이 부쩍 성장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10대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 역시 청소년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다.

 

준호는 엄마가 두번째로 시집간 후 답답한 집을 떠나고 싶었고, 마침 광주에서 학생운동으로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규환이 형에게 사고가 난 규환이 대신 전달할 물건을 받는다.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전해야 하는 완벽한 계획을 세웠지만 일이 계속 꼬이기만 한다. 계획대로라면 조용히 혼자 떠났다가 돌아와야 하지만 출발부터 도착까지 일은 꼬이기만 한다. 불청객은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광주지리를 잘 아는 할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기 싫은 막걸리 주조장 황태자 승주, 폭력젹인 개장수 아빠에게 늘 쫒기는 딸 정아, 그리고 네발달린 개 루스벨트.

 

1980년대 광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야기가 무겁지 않다. 아이들의 시선엔 광주사건이 없다. 오직 자신들의 현재 상황이 더 중요할 뿐이다. 할아버지는 배에 버려진 아이를 친딸 못지 않게 애지중지 키우지만 열두살 되던 해 시력 상실로 광주병원을 찾았다가 시위현장에서 총에 맞아 죽는다. 준호의 아버지는 아홉살 때 산에간다고 해 놓고 돌아오지 않았다. 교사시절 재야운동권의 사람들과 교류하던 중 광주로 떠났고 그 후로 돌아오지 못했다.

 

많은 사건들을 겪으면서 준호는 규환이 형에게 전할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였지만, 할아버지는 승주 납치사건의 주범으로 몰렸고 이들은 카메라와 마이크를 든 사람들에게 둘러싸이게 되었다. 이들은 이렇게 떠들석하게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단짝이 되어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았다.

승주는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한 채 서울로 전학가게 되었고, 준호는 다친 몸 때문에 한달 가까이 병원에 입원했으며, 정아는 집에 돌아오니 집이 없었다. 정아가 도망가고 난 후 정아의 아빠는 엄마를 집에 가두어 불을 질러 버린것이다. 다행히 엄마는 탈출했지만 정아와 엄마는 갈 곳이 없었다. 개장수 아빠는 체포되었고 정아와 엄마는 어린가로 떠나 버려 다시 만날 수 없었다.

 

세명의 십대와 할아버지, 개. 이렇게 구성된 등장인물이 참 독특했다. 처음 이들이 만나는 장면에서 루스벨트가 사람인지 개인지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한동안 개를 사람으로 착각했었고, 할아버지가 왜 갑자기 이 사건에 끼어들게 되었는지 의문이 들긴했지만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소재들과 빠르게 진행되는 사건들이 나의 궁금증을 날려버리고 책에 빠져들게 했었다.

 

모험을 기대하는 청소년들이 읽으면 후회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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