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쾌가 책 권하는 방법 - 적자에게 적서를...

책과 노니는 집 -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30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월

이 책은 조선조말 천주학이 들어오고 사대부가의 부인들 사이에 소설이 유행하던 시절에 책을 필사하는 사람과, 필사한 책을 파는 책방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장이의 아버지는 천주학 책을 필사하다가 천주학쟁이를 몰려 관가에서 받은 매질로 장독이 올라 돌아가신다. 그런 장이를 책방 주인 최 서쾌가 양자로 삼아 책방의 잔심부름부터 시작하여 필사의 일까지 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빠져들었던 점은 우리 역사속에도 분명히 있었을 '필사쟁이'와'서쾌(책을 파는 사람)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담아 이야기를 펼쳤다는 것과, 우리의 역사에 천주학이라는 것이 처음 들어왔을 때의 시대적 배경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책 속에 우리의 고전인 '숙영낭자전', '전등신화', '동국통감' 등 현재에도 익숙한 책제목이 그 당시 여인들에게 인기있었던 점과 서른이 되지 않은 나이에 홍문관 교리에 오른 홍교리집의  '서유당(책과 노니는 집)'을 둘러보는 재미도 좋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 머릿 속에 '아하. 내가 이런걸 알아야 겠구나'하는 생각이 든건 바로 최서쾌의 책권하는 방법이었다. 최서쾌는 재미있는 책이라고 아무에게나 다 권하지 않는다. 기생들에게 가는 책은 남자 주인공이 꿈속에서 여덟 명의 선녀와 노니는 '구운몽' 보다 암행어사가 된 이몽룡이 기생 딸 춘향이를 괴롭힌 변 사또를 혼내 주는 이야기가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춘향전'을 보내는 것이 그 예이다. 또 장이가  딸만 내리 넷을 낳아 섭섭하단 이름으로 아비가 낙심이라 이름 짓고, 다섯살때 다섯째로 낳은 귀한 아들의 백일상을 차리기 위해 기생집에 팔려온 낙심이에게 아비를 위해 몸을 팔아 인당수에 빠진 '심청전'을 읽어 주어 낙심이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부분을 읽고는 '아, 이부분이 바로 적서를 적자에게'라는 부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최 서쾌는 장이에게 '"사람을 사귀는 것도 그렇고, 장사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해" 라고 이야기 하며

책 권하는 방법을 이야기 해 준다.

 

이 책은 신선한 소재를 등장시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으며, 전체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천주학책을 몰래 필사하는 부분과, 장이를 괴롭히는 '허궁제비'를 등장시켜 긴장감 있게 읽은 책이다.  또한 삽화는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을 만큼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