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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머리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104
밥 매캘런 지음, 문상수 옮김, 톰 매클루어 그림 / 국민서관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우리 큰 아들은 샤워하자는 나의 얘기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항상 이렇게 묻는다.
"엄마 머리 감어?, 안 감어?"
처음에 내가 머리에 비누질 할 때 한번 눈에 비눗물이 들어갔다고 그 다음부턴 머리 감는걸 너무 싫어하는 것이다. 아이 머리 감을 때 마다 아이도 스트레스 받지만 내가 받는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다.
결국 나의 해결방법은 책이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었다.
처음엔 머리감는책이라는 나의 말에 엄마의 의도를 눈치챘는지 별로 관심을 주지 않았다. 자신이 싫어하는 머리감기를 엄마가 책 읽어 준 다음에 더 많이 감기려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것도 그럴것이 난 이빨 닦는것도, 목욕하는 것도 싫어하는 우리 아이를 위해 항상 책을 읽어주면서 책 속의 주인공이 이렇게 안 하니까 어떻게 되었어? 봐봐.. 벌레가 가득 생겼잖아.. 그러면 병원가서 주사도 많이 맞아야 해.. 이렇게 엄포까지 놓는다.
암튼 나는 아이와 함께 며칠째 이 책을 읽어가며 머리감는 교육을 시키고 있는 중이다.
책의 내용을 잠시 소개하자면 머리감기 싫어하는 여자아이 클레어는 며칠동안 머리를 안 감자 곱슬머리가 가시덤불처럼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 그 머리속에는 온갖 것들이 살기 시작한다. 작은 벌레.. 큰 벌레.. 이구하나.. 게다가 들소, 자동차, 말, 비행기에다가 먹다남은 피자까지.. 이정도면 클레어의 머리가 얼마나 더러워졌는지 알겠죠?.. 하지만 머리감고 몰라보게 예뻐진 클레어는 이제 머리감는게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게 되었다. 하지만 클레어가 머리 감는걸 좋아하게 되었다고 모든 게 다 깨끗해진 건 아니다. 무슨 말이냐고? ㅋㅋ 그건 책을 읽어봐야 알듯하다. 모든 걸 다 얘기하면 책 읽는 재미가 없으니 말이다.
우리 아이는 이 책에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 비행기, 배등이 나오는 것에도 관심을 갖지만.. 특히 머리 속에 있는 벌레들을 눈여겨 보는 눈치다. 그동안 내가 머리 안 감으면 벌레가 생긴다는 말을 자주해서 그런가 보다. 아무튼.. 난 이 책으로 머리 감기를 성공시키고 싶은데.. 그러려면 아직 좀 더 많이 읽어줘야 한다. 한 두번 읽어준다고 해서 아이 습관이 변하질 않으니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생각한 것은 삽화가 컴퓨터에서 작은 사이즈 그림을 크게 늘렸을 때 나타나는 그런 이미지 같았다. 처음엔 삽화의 선이 선명하지 않아 참 어색했는데 자꾸보니 아.. 삽화를 이런식으로 그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이 책의 추천인은 '삐뽀삐뽀 119'의 하정훈 선생님이다. 아이가 태어날 때쯤 내가 산 책. 지금도 열심히 아이가 아플때마다 들춰보는 하정훈 선생님의 책은 우리 아이 기르는데 있어서 필수품인데.. 그분이 이 책의 추천사를 쓰셨다고 하니.. 그것 참 반가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