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를 알고 부터, 그녀의 책을 한 권씩 펼치고, 다시 덮을 때쯤이면 난 항상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벅차 오른다. 내가 직접 격은 일은 아니지만 세계의 오지를 여행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감히 여자 혼자서 여행을 하다니.. 내가 생각지도 못한 그런 일을 하고 있는 그녀를 경외했었다. 너무나 소심하고 걱정이 많이 해외 여행을 절대 가지 못하리라 혼자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오지 여행은 나의 발을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걸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가 그래도 이렇게 사는게 참 행복하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세계의 굶주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눈을 돌리게 되었다. 내 아이가 태어나면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난걸 후회하면 어쩔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녀의 책을 통해 우리 아이가 가난한 나라가 아닌 나에게서 태어난게 참 다행이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가난한 나라에,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좀더 자신의 능력을 펼치면 좋겠다 싶어 월드비전 후원도 시작했다. 또 이 책을 통해 '지뢰'라는 것에 대한 것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뢰를 하나 심는 것 보다 그것을 제거하는데 더 많은 돈이 든다는 것을.. 그리고 지뢰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가 바로 우리 나라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나중에 통일이 되었을 때 그 지뢰를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 그건 우리의 숙제라는 것도 알려주었다. 이렇게 그녀의 책을 읽다 보면 새로운 세계에 대해 눈을 뜬다. 이번 책도 그랬다. 열심히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여성 할례의 잔혹함'을 알게 되었다. 싫지만 해야 하는 그곳 아이들이 너무 안타까웠다. 월드비전이라는 곳에 정착 후 긴급구호라는 일에만 매달릴 줄 알았는데.. 그곳 현장만이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그녀는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일을 또 저질러 버렸다. 50대라는 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하러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미국으로 훌훌 떠나간 것이다. 난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아직 아니란다. 그녀의 생각이 나에게 또 '늦음'이라는 것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갖게 해 주었다. 아아. 그녀의 인생은 앞으로 또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난 또 기다릴 것이다. 그녀가 나에게 어떤 새로운 생각을 갖게 할 것인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