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사람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처음 영화로 이 책의 내용을 접했다.

15살 소년과 36살 여인의 관계에 대해서만 강조한 소개글에서

왜 이 책이 사람들에게 흥미를 끌고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책을 들고도 읽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과연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일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책과 영화에 대한 평이 좋았다. 그래서 난 책을 펼치기로 결심했다.

 

처음엔.. 15살의 소년과 36살의 여인과의 책 읽어주기, 샤워, 사랑 나누기, 그리고 나란히 누워 있기..

이것이 이 책 내용의 전부인줄 알았다.

하지만 점차 책을 읽어가면 갈 수록.. 36살의 여인 '한나'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왜 그녀는 책을 읽어 달라고 했을까?

자신이 직접 읽으면 좋을 것을..

왜 그녀는 배움 또는 글과 관련된 것은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했을까?

책 속의 나 '미하엘'은 한나와 함께 있는 시간 외에 다른 시간동안의 한나를 알지 못한다.

미하엘의 병이 호전되고, 친구들과 사귀는 즐거움을 알아갈 쯤에 한나는 미하엘을 떠났다.

 

그 후 미하엘은 한나와의 마지막 만남에서 그녀에게 가기를 머뭇거렸다는 사실에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고, 결혼을 하지만 이혼을 하게 된다.

그런 그가 한나를 다시 만난건 대학 시절 법학 세미나로 인해 방문한 '법정'에서였다.

그곳에서 그는 한나의 과거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나치 수용소의 감시원이었던 것이다.

또, 그녀가 자신이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한다는 사실에 아주 큰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 자신이 문맹임이 노출될까봐 그녀는 필적 감정을 거부하고, 보고서를 자신이 작성했다고 시인하기도 하였다. 결국 그녀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난 미하엘이 한나를 다시 만나면 먼저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 만큼 한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평생을 죄책감 속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그는 한나가 교도소에서 출감하는 날 결국 자살을 선택한 이후에도 여전히 죄책감을 갖고 살아간다.

 

남녀간의 사랑, 그리고 전쟁 전후의 독일사회, 나치.. 이런 것을 밑바탕으로 하여

한 여인의 자존심과 약점, 한 소년의 사랑과 죄의식, 그리움, 분노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흥미진진하면서도 한켠으로는 마음이 불편하기도 한 그런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