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에서 10까지 사랑의 편지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
수지 모건스턴 지음, 이정임 옮김 / 비룡소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어느덧 사춘기에 접어든 초등 고학년 여자 아이들이 재미있는 사랑책을 권해달라 하면 난 선뜻 <0에서 10까지 사랑의 편지> 이 책을 권한다. 어느 로맨스 소설에 나오는 부자 왕자와 예쁘고 연약한 공주는 없지만 따뜻하고, 상큼하며, 웃음이 있는 사랑이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여든 살의 할머니와 함께 사는 어네스트는 조숙하다 못해 폭삭 늙어버린 삶을 살고 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정해진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길을 걸으며, 같은 옷을 입고  좀처럼 웃지도 않는 어네스트. 언제나 똑같은 하루하루가 지겹도록 되풀이 되고 있는 삶을 사는  검은 눈에 잘생긴 11살의 소년이다. 
 

이렇게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하루를 보내는 어네스트에게 생기발랄한 빅투와르가 끼어든건 정말 천만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새로 온 전학생, 빅투아르 드 몽타르당. 아들만 내리 열둘을 낳고서 부모님이 딸을 낳아 이름을 '승리(victory)로 붙였고, 또 하나 딸을 얻을 까 싶어 막내 열 넷째를 낳으니 또 아들. 이 집안의 유일한 딸인 셈이다. 

 
어네스트는 빅투아르를 만나 놀라움에 다시 놀라움이 이어지는 세상 구경을 하게 된다. 처음으로 자신이 매일 걷던 거리를 이탈하고,  승강기를 처음으로 타서 친구집에 놀러가기, 친구가 자신의 집을 방문하는 일, 영화를 보러 간 일 등등 대부분의 사람이 일상으로 살아가는 일들 말이다.

 
빅투아르를 만난 어네스트는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일들이 하고 싶어진다. 식사 중 할머니께 그날 일을 시시콜콜 얘기하면서 대화를 한다던가, 길모퉁이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일. 그동안 금기시 되어 있던 아빠에 대해 물어보는 일 등등을...

 어네스트는 빅투아르를 만나면서 '처음' 하는 것이 많아졌지만, 여든의 할머니가 변화를 보인 건  어네스트가 태어나면서 부터 집안 일을 봐 주신 제르멘 할머니가 쓰러지면서 새로이 도와줄 사람으로 20대의 앙리에트가 나타난 이후이다.

앙리에트는 그동안의 먹던 음식에서 부터 집안 분위기까지 모두를 발랄하고, 싱싱하고, 짜릿하고, 톡 쏘는 삶으로 변화시키고 말았다. 앙리에트의 등장으로 할머니는 말이 많아지고, 얼굴에 미소가 번지게 되었다. 
  

어네스트는 항상 할머니에 대한 불안을 갖고 있었다. 엄마도 아빠도 없는데 여든 살이 넘은 할머니마저 떠나버릴까봐. 그러면서 자신이 태어나자 마자 자신을 버린 아빠를 원망하기도 하고, 그리워 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빅투아르와 슈퍼에 갔다가 아빠가 쓴 책을 발견하게 되고, 아빠에게 편지를 쓰게 된 어네스트. 답장으로 편지가 아닌 커다란 소포상자를 받게 된다. 그 속에선 아빠가 어네스트에게 쓴 편지들이 차곡차곡 모아져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이 0에서 10까지 사랑의 편지인 이유가 아마도 어네스트가 태어난 0살부터 10살까지의 아빠의 편지 때문에 이렇게 지은게  아닌가 추측해 본다. 

 
결국 이 이야기의 끝은 어네스트가 할머니와 빅투아르와 함께 미국에 있는 아빠를 만나러 가기로 결정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이난다.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너무 단순한 표지 그림과 내용을 알 수 없는 제목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러나 어린이 책 분야에 전문가인 선생님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고 그 결과 수지 모건스턴이라는 작가에게 푹 빠지게 되어 버렸다. 
 

내가 이 책을 권하면 아이들은 '설마 이 책이 재미 있을라구' 하는 표정을 지으며 추천해 준 책을 물리지도 못하고 그냥 가져간다. 그러다가 이 책을 읽은 이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책을 돌려준다. 다들 한번 읽어보시길. 절대 후회하질 않을 책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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