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적의 생애 첫 단편 산문집이라고 해서 눈길이 간 책이었다.
작곡도 작곡이지만, 작사 센스가 좋은 것으로 유명한 가수 아닌가.
그런 사람이 단어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적은 산문집이라길래 눈길이 가고,
표지가 감각적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다.
책을 고를 때 내용이 물론 좋아야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책 표지 디자인도 책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꽤 비중을 차지하는 편이다.
처음에는 단편 산문집이라길래 이야기 몇 가지가 있는 단편집일 줄 알았는데
정말 키워드 하나를 놓고 술술 적어내려간 것 같은 한 페이지의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생화 속에서 쉽게 접하는 단어를 가지고 그의 경험이 담기기도 하고, 아주 짧은 소설 같은 글로 적어내려가기도 하고, 곰곰히 생각하게 만드는 글도 있고, 이거 조크인가? 싶은 (생각을 좀 해야 웃기는) 글도 몇 편 있었다.
쉽게 읽으면서도 나도 같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들.
기록을 잘 하진 않지만, 이 글귀는 일기에 써서 오래 남기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글도 있었다.
첫 번째 이야기인 '인생'편. 충실하게 사는 현자도, 자유롭게 사는 현자도 '스스로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을 진정한 삶이라고 말한다.
흔히 한 번 사는 인생 열심히 살자는 사람도 있고, 하고 싶은 것을 우선으로 사는 사람도 있는데
그들이 궁극적으로는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새롭게 하게 되었다.
첫 글부터 '오 괜찮은데' 싶은 이야기
다음으로 '부분' 편.
아주 격하게 공감이 되는 이유는 이 이야기에 나오는 '이 부분 교수'로 연상되는 누군가로 인해 웃기기까지 했다.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되는 부분인가? 그 부분을 알아야 구체적 부분에서 논의가 가능한 부분인데'(p131)
'예를 들어'와 '부분'을 아주 많이 사용하는, 내가 아는 어떤 분이 생각나면서
이런 사람이 또 있구나 싶은 놀라움과 함께 그래도 '이 부분 교수'보단 낫다는 나름의 위안을 받았다.
내가 '나의 단어들'을 끄적인다면 '예를 들어봇'에 대해서 적을 수 있겠지?

그 중에 가장 오랫동안 다시 보기를 반복하게 되던 '고수'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