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들 - 좋은 날엔 좋아서, 외로운 날엔 외로워서 먹던 밥 들시리즈 6
김수경 지음 / 꿈꾸는인생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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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취향마다 힐링영화다 인생영화다 꼽는 영화들이 있겠지만,

몇 년 째 나의 힐링영화로 손꼽히는 작품은 '리틀포레스트'이다.

그것도 일본판 말고, 우리나라 버전의 '리틀 포레스트'.

임용시험, 취업, 연애 이리저리 치이고 치이다 고향에 돌아가서 주인공이 하는 일은

정성껏 밥을 지어먹고 농작물을 키우는 일이다.

귀농에 대한 꿈은 1g 만큼도 없지만, 귀차니즘이 늘 겹겹이 싸여있는 나조차도 저 영화를 본 날 만큼은 집에서 밥을 해먹게 된다.

이상한 매력이 있다. 밥 짓는 냄새(라기보다는 전기밥솥이 일하는 소리와 냄새)와 내가 먹을, 순전히 내 취향이 가득 담긴 요리 한 그릇.

요리를 하면서도, 먹으면서도 누구에게 자랑할 것도 아니지만 아주 뿌듯함이 넘쳐서

이런 날은 SNS로 티를 내거나, 그렇지 않으면 사진으로라도 꼭 남기게 된다.

미래의 나에게, 과거의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았다는 것을 증명이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자취를 하는 요즘은 그렇지 못하지만 본가에 가는 날이나 시골에 가는 날은 꼭 '아침밥'을 먹게 된다.

아침밥을 먹지 못하게 되는 날은 점심이라도. 그것도 안되면 저녁은 더더욱 빠져서는 안된다.

어릴 적에도 생각해보면 같이 모여 먹는 밥과 그 시간이 아주 중요했던 것 같다.

우리집만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한 끼를 대충 떼우는 법도 없었다. 생활비가 부족하든 어쩌든 꼭 그 시간에 다같이 모여야 하고, 밥을 먹지 못하면 아주 심각한 일이 있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식을 하게 되어 버렸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밥 시간을 놓치는 것에 대해 아주 예민하다.

어쩌다 밥을 못 먹고 샌드위치 따위(정말 따위라는 말을 붙여야 한다. 빵은 옳지만, 밥 대신 빵은 오답이다.)로 떼워야 하는 날이 있다면 '내가 이럴려고 돈버냐'는 소리가 바로 튀어나온다.

어쩌다보니 서론이 너무 길긴 했지만, 이렇게 끼니에 대한 소중함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은

'끼니들'을 읽으면서 더욱 동요되는 마음 때문이다.

작가님이 살며 지나쳐 온 '끼니'에 얽힌 이야기를 적었다는 이 책에서는

밥 냄새도 나고 된장국 냄새도 나고, 카스테라 맛도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맛이 느껴진다는게 얼마나 황당한 말인가 싶지만

이런 공감각적인 느낌이 연상이 되는건

누구나 자기만의 '끼니'에 대한 기억이 있고, 추억이 있고, 연상되는 그들만의 집밥이 있기 때문일 것 같다.

'끼니들'은 꿈꾸는 인생이라는 출판사의 '들시리즈'로 나온 에세이 중에 6편으로 나온 에피소드이다.

집밥, 밥 먹는 풍경, 식구들과의 기억 등등을 풀어내는데 읽는 내내 따뜻함이 느껴진다.

책 표지에 '굳이 말하지 않고 지나는 어떤 마음들은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문득 깨쳐진다'라는 문구가 많이 와닿아

훈훈해지는 기분이 든다.

아직은 꽃보다 열무가 예쁜지 알지 못하지만,

곤드레밥에 강된장 슥슥 비벼 먹는 맛에 대해서 눈동자가 흔들리는 어린이 입맛이지만

왜 책을 읽으면서 갓 지은 밥이 먹고싶어지는지 모르겠다.

학원 끝나고 집에 뛰어 들어가서 식탁에 있는 저녁 메뉴부터 살피던 그 때가 왜 자꾸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리틀 포레스트 영화가 인생 영화다, 힐링 영화다 싶은 사람은

아주아주아주 마음에 들 것이라고 추천하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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