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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 - 어느 간호사의 고생일지
김채리 지음 / 데이원 / 2023년 4월
평점 :

책 표지의 일러스트가 병원 그 자체를 보여주면서도 아주 바쁘고 소란스럽다.
심지어 구석에 있는 계단에서도 뛰어다니는 간호사 일러스트까지.
어쩌면 제목과 이렇게 찰떡인 표지가 있을까 싶었다.
서울 대형 병원에서 4년 넘게 근무하고 퇴사했다던 작가가 대학생 시절 국가고시를 앞두고 있을 때부터 응급실을 떠나는 순간. 그리고 그 다음의 에필로그까지 얇으면서도 구석구석 '고생과 고뇌의 시간'이 가득한 책이다.
첫 페이지를 넘기면 'Wong-Baker의 얼굴 통증 등급: FPS'가 나온다.
3세 이상 소아 혹은 노인 환자에게 사용되는 통증 측정도구 그림이라는데
처음엔 몰랐다가 책의 중간쯤까지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한 병아리 간호사의 일기처럼 쭉 진행되는 이 책의 귀퉁이에 보이는 간호사의 표정.
FPS 0점으로 시작한 이 책은 웃는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며,
응급실을 떠나는 순간엔 FPS10점으로 '통증조절'이 필요할 정도로 울고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라면 그만큼 에너지를 썼기 때문에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이 경우는 좀 다르다. 정말 '소진' 그 자체였지 않을까.
메르스와 코로나의 현장에서 몇 년을 '응급'으로 지내던 이들의 고충을
뉴스 몇 번 보고, 응급실에서 몇 번 봤다고 어떻게 알겠냐만은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내가 죽겠다'를 지나 스스로를 자책하기까지 하는 이 마음을 내가 공감한다고 해서 100%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챕터 2부터는 글이 좀 길어지고, 작가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은 많은 책들의 문구로 마무리 되어 있다.
챕터 1에서 (용어 설명은 충분하지만) 전문 용어들이 나오면서 마치 내가 병원 한 가운데 서 있는 것만 같은 긴장감을 주고, 같이 좌절하고 같이 고뇌하게 만들었다면
챕터 2에서는 여행도 떠나고, 좀 더 나를 돌보게 되는 것 같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생각을 다루기도 하고,
간호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실수 한 번에 큰일이 날 것 같고, 엄청 많은 일을 재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날램도 필요하고)에 대해서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살펴본 것 같다.
간호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읽으면 물론 좋겠지만,
꼭 간호사가 아니더라도, 일에 치이다가 스스로를 돌아볼 때가 된 사람들이 봐도 좋을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