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제주살이에 진심입니다 - 자기만의 방법으로 제주살이 꿈을 이룬 다섯 명의 여자들
김정애 외 지음 / 예문아카이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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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하면 떠오르는 것은 수많은 기생화산들과 현무암, 동쪽 서쪽 위치마다 달라지는 바닷물 색이다. 그리고 동백. 레드, 핑크 계열 색을 좋아해서인지 유채꽃보다는 동백이 좋다. 꽃잎이 질 때에도 한 잎 한 잎 지는 것이 아니라, 통으로 떨어져버리는 마지막 모습까지도 좋아한다.


이 책은 표지 일러스트만 보여줘도 제주제주하다. 앞 표지에선 동백이 핀 오름이 펼쳐지고, 뒷면은 현무암 돌하르방 하나가 서있다. 아마도, 일러스트로 나타나지 않은 그 아래엔 파도가 넘실댈 것만 같다.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는 제주살이이면서도, 유독 내 주변에서는 제주에 한 달 이상 있다 오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무작정이 꿈만 꾸는 나에게도 마지노선은 한 달이고, 내 주변 이들도 그렇다. 육지보다 높은 물가라든가, 관광객으로 인해 오히려 내가 더 즐기지 못할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무엇보다도 큰 바윗돌도 옮겨버리는 태풍이 많은 곳이라 오래 살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을 꿈꾸는 이유는 제주에서만큼은 혼자의 여유도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함 때무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섯 여자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복잡한 삶의 문제나 딸 아이의 학업 고민도 다 해결이 될 것만 같다는 생각으로 제주로 향한 40대 제주살이 5년차 요가하는 안영은님. 은퇴 후 남편의 건강 악화와 친한 지인의 제주 이전 등으로 결국 새로운 삶을 '신대륙' 제주에서 살기로 한 60대 신광숙님. 3박 4일의 제주여행이 다시 고향, 제주살이로 이어진, 일상 여행가가 된 '디지텅 노마드' 우희경님. 일본에서, 하와이에서, 제주로 와 정착하고 대학도 다니고, 제주에서 꿈을 이루고 살아가는 로지님. '배우는 삶' 제주살이를 결정하고 '자발적 독립'을 시작한 오십대  김정애님. 


도시에서 이런 일 하다가 몸이 아파서 제주로 이사를 했다는 둥의 이야기는 블로그나 다른 책에서도 많이 접했지만, 여기 나온 이 5명의 여자들처럼 제주에서의 삶에 적응하고, 노력하고, 깨달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제주살이가 생각보다 녹록치 않지만, 왜 선주민들이 그렇게 투박한지 이해하고 마음으로 느끼는 이들의 생활과 그 생각이 참 '여유 있는 삶'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제주살이 경험담'과는 다른, 정말 제주에 스며들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 본 것 같아 나에게까지 여유로운 바람이 불어오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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