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미건조한 오트밀에 레몬식초 2큰술을 더한 하루
타라 미치코 지음, 김지혜 옮김 / 더난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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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독특하다 싶지만 이상하게도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람일지 알 것만 같은 책

'무미건조한 오트밀에 레몬식초 2큰술을 더한 하루'

올해 87세인 할머니 타라 미치코는 55년 전부터 살던 아파트에서 자식도 독립시키고, 남편도 떠나 보내고

이사 가지 않고 그 집에서 혼자만의 삶을 꾸려 나가는 할머니이다.

처음엔 책 제목 때문인지 약간 엉뚱하고 귀여운 할머니를 상상했는데,

외모는 정말 친구 집에 놀러가면 계실 것 같은 할머니 느낌이다.

유튜브도 하신다길래 찾아봤더니 손자가 찍어주는 할머니의 일상 브이로그 느낌이라 더욱 정감이 갔다.

(자막이 없어서 해석이 안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이놈의 제목이 자꾸 나를 고정관념에 빠뜨리게 하는데, '무미건조한' 이라는 말이 맴돌아 아주 정적인 삶이나 고요한 삶을 상상했지만

원폭 피해자이기도 하고, 열 살 짜리 딸이 있는 남자와 결혼을 하기도 하고

적어도 초년의 삶은 흔한(?) 할머니의 삶은 절대 아닌 범상치 않은 분이다.

그렇지만 왜 '오트밀'이 제목에 들어갔는지 알겠다 싶게 노년은 단순한 일상으로 차분하게 보내고 계신다.

(유튜브도 그런 일상을 보여주면서 편집의 힘으로 할머니의 매력을 더 보여주는 것 같다)

자식들을 다 키워내고 여전히 그 집에 남아 '나'를 대접하는 것처럼 살아가는 할머니의 모습이 책 곳곳에 남아있다.



요리 책은 아니지만 요리 레시피가 자주 등장한다.

할머니들은 다들 오랫동안 요리했던 경험이 쌓여서 그러신지 그들만의 레시피가 꼭 있지 않은가.

65세에 조리사 자격증을 땄다는 할머니는 아주 간단한 요리를 쉽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딱 봐도 건강에 좋을 것 같으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요리 레시피를 보여주는데

할머니 혼자 드시거나 해서 그런지 1-2인분의 요리 레시피가 자주 나온다.

요리라고 할 것도 없지만 혼자 해먹는 경우가 있어

'조리'한 그릇 째로 갖다 먹고 설거지 좀 줄여보겠다 하는 내 태도를 반성했다.

내가 나에게 대접하는 요리야말로 나를 아끼는 일의 시작이겠구나 하는 것을 할머니를 통해 배우게 됐다.



홀로 보내는 시간을 사랑하는 타라 미치코 할머니.

혼자 사는 삶을 사랑하지만, 할머니 나이가 되고 난 다음의 나를 상상하기 두려운 것도 있었는데

취미를 즐기고 나 스스로를 돌보면서 살아가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는 가족도 손자도 다 있지만............)

이제 우리나라 교과과정으로 고등학생이 됐을 손자와 할머니의 유튜브를 보면서

정갈한 할머니의 하루를 종종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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