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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영어생활자로 살아남는 법 - 발음에 집착하는 당신이 알아야 할 일터의 언어, 태도에 관하여
백애리 지음 / 그래도봄 / 2023년 1월
평점 :

연초만 되면 다들 새롭게 다짐하는 목표 중에 아마도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영어공부'가 아닐까 싶다.
이젠 더이상 영어로 시험보는 나이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한 번 쯤은 '나도 영어공부 다시 해볼까'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다시 해볼까'라고 생각 한 것.
중학생 문제집 쯤은 펼쳐서 어느 정도 풀 수 있을 것만 같으면서도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외국인이 와서 말을 붙이면 어버버 하기 마련이었기 때문에 '다시 하면' 잘 할 것만 같다는 이상한 자신감 아닌 자신감이 있다.
그러면서도 늘 학교 다닐 때의 실력에서 퇴보하면 했지 도통 나아지거나 발전하는건 없었기 때문에 늘 영어는 해야만 할 것 같은, 누가 안시켜도 해야만 하는 나만의 숙제 같은 일이다.
그런 찰나에 '지구에서 영어생활자로 살아남는 법'이라는 책 소개글을 보게 되었다.
대학에서 영어영문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저널리즘까지 공부했으면서도 삐걱거리는 사회생활과 더 나은 삶을 위해 토익 점수도 없던 상태에서 무턱대고 미국 어학연수를 간 작가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심지어 외딴 곳에서 영어를 배운 것으로 끝난게 아니라 국제 NGO에서 일하고, UN 산하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는 국제공무원이 됐다고 한다.
대체 어떻게 해서 영어를 공부했지? 라는 단순한 질문부터
이 책이라면 영어를 흡수할 수 있었던 이 사람만의 노하우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도둑놈 심보를 갖고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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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유독 영어에 강박증을 가지고 쉽게 주눅이 들었다. 어차피 우리는 외국인이고 배우는 입장이기에 틀릴 수밖에 없고 그게 당연한 일이었다.(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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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맞다 공감하면서 밑줄을 긋고, 영어에 대한 스킬이 나오나보다 기대를 하면서 책장을 넘기는데
1부~4부로 나뉘어진 책 파트 중 1부를 채 다 읽기도 전에 깨닫게 되었다.
도둑놈 심보를 갖고 읽기에는 그 기대를 충족시킬 순 없다는 것.
물론 작가가 어학연수를 하면서, 그리고 외국에서 새로운 업무를 익혀나가면서의 노하우는 틈틈이 알려주고 있다.
'영어 리딩'이 어려우면 노래 시 낭독부터 시작하라고. 책이나 영자 신문보다도 '노래 가사 읽기'로 시작해보라는 조언이라든지 유의어 사전을 가까이 하라든지 '영어공부'를 위한 노하우도 알려주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은 어학연수를 가서 영어에 올인하던 학생이 외국의 새로운 환경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커리어를 어떻게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태도를 가지게 되었는지 한 사람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오히려 '나 이렇게 영어 공부해서 이렇게 잘 됐어요'라는 자기자랑 책이 아니라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마도 자기 경험과 트로피를 자랑스레 드러내며 강압적으로 따르라는 식의 자기계발서를 싫어하는 내게 은근한 영어 공부 방법을 알려주면서 경험담을 쏟아내는 작가의 이야기가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책 제목을 통해선 전혀 예측할 수 없었지만, 4장까지 읽고나니
내 회사가 글로벌한 회사도 아니고, 외국인을 대하는 직업도 아니지만
업무를 대하는 자세를 좀 바꾸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일 잘하는 선배님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들은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영어 생활자로 살아남는 방법, 영어를 좀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한 사람이 읽으면 물론 좋겠지만
백애리 작가처럼 이직을 고민하거나 애매한 나이라고 생각되어 도전이 망설여지는 사람도 읽으면 좋을 것 같고,
반복적인 업무를 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사람이 읽어도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