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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좋은 사람을 기록합니다
김예슬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2년 11월
평점 :

사자성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내가 아는 몇 아는 것중에 근주자적 근묵자흑이라고,
착한 사람과 사귀면 착해지고, 나쁜 사람과 사귀면 나빠진다는 말이 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든 생각은 이거였다.
김예슬 작가가 좋은 사람이라서 주변에 좋은 사람만 있는 거구나, 그래서 좋은 사람을 기록할 수 있구나.
물론 책 제목이 '그래서 좋은 사람을 기록합니다'이기 때문에
작가가 상담 업무를 했을 적에 만났던 내담자들 중에서도 좋은 사람을, 주변인들 중에서도 좋은사람을 기록한 것이겠지만
중반부까지 읽고 나서는 새삼스레 다시 목차를 훑어보게 되며
나도 주변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았던가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었다.
이미 작가는 이 책에 등장하는 '감탄의 여왕'만큼이나 작은 것에 감탄할 줄 알고,
베베 꼬지 않고 좋게 받아들일 줄 아는 인성을 가졌기 때문에
더욱 풍요롭고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제일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몇 개 꼽자면, 붕어빵 아저씨 기록이다.
자기 직업에 대해 프라이드가 높다못해 자만하기까지한 사람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나의 경우엔 '자부심이 높구나' 정도로 그냥 넘기거나 또는 '자랑이 심하네'라고 꼬아서 봤던 것만 같은데
그들의 자부심을 '직업에 대한 긍지'라든가 '직업윤리'라는 것으로 여겨본 적이 없었다.
그들에게 직업윤리를 깨달으며 의미를 부여하고, 스스로에 대한 다짐으로 승화시키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내 가치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이 깊어지게 되는 에피소드였다.
또 한가지는 엄마와의 기록2이다.
엄마의 마음을 모르고 있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고,
엄마가 누리지 못한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누리면서도 고마운 줄 몰랐던 내가 창피하게 느껴지는 점이 '딸은 다 이렇구나' 싶었다.
나를 꽤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보낸 엄마의 젊은 날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찌르르하다(p211)는 문장을 한참을 들여다 보게 됐다.
(쌀국수에서 급 현실로 돌아오게 되어서 좀 아쉽다. 작가님, 감동 좀 더 이어주셔도 좋았을건데.....)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내가 저렇게 따뜻한 사람일지는 모르지만(왠지 자신없다),
내가 느끼기엔 주변에 따뜻한 사람들이 많은데도
난 어쩔땐 그 따뜻함에 고마운줄 모르고 지나쳐버린 적도 있던 것 같으니 말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상하게 내 주변 사람을 한 명 한 명 떠올리게 되면서 '나도 좀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라고 느끼고 주변에 감사하게 되는 에세이였다.
인간관계에 회의감이 들면서 '나는 대체 왜 이렇게 사는가'라는 마음이 솟아날 때 읽기 좋은 책인 것 같다.
끼리끼리 사이언스라고들 하지 않나. 주변에 다 비슷한 사람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도 '좋은 사람'이 주변에 몇 있더란 말이지.
절대로 '근주자적 근묵자흑'을 위해서 지어내는게 아니라, 책을 읽으니 하나 둘 떠오르게 된다.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