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우연들

책과 우연들
김초엽 지음 / 열림원 / 2022년 9월

어렸을 때 누구나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 썼던 공상 과학, SF에 대해서 관심이 있던 적이 없었다. 초등학생 땐 공식처럼 달나라 우주선이나 우주를 횡단하는 기차를 그려댔고, 미래에 자동차가 하늘로 날아다닐 것이라는 글만 적었다. 그만큼 관심도, 상상력도 없다고 생각했던 내가 성인이 되고, SF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서 흥미를 가졌다. 그나마도 영상물에 한정일뿐, SF 소설은 '글'을 통해 상상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이 커서 가까이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 온실'을 처음 보면서 SF소설의 재미를 느끼고, 그 외에도 천선란 작가의 책을 읽고 점점 찾아보기 시작하는 것 같다.

이런 와중에 나를 처음으로 SF소설에 흥미를 느끼게 해준 김초엽 작가의 에세이가 나온다고 해서 열심히 기다렸다. 에세이는 내가 쉽게 접하는 장르였고, 그 에세이를 쓴 작가가 김초엽 작가라는 점에서 흥미와 호기심이 동시에 생겼다.

나에게 SF소설이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상상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작가의 힘이 컸기 때문에 '지구 끝 온실'을 읽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시작으로 SF소설을 술술 읽었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조심스럽긴 한데, 김초엽 작가의 책을 흥미롭게 읽었지만 '쉽게' 읽었다는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에게 김초엽 작가의 글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느껴져서 그런지 이 책도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쉽게쉽게 넘길 수 없었다.

'책과 우연들'은 김초엽 작가가 그동안 읽은 책들, 독서생활, 확장된 세계 등등 그동안 소설을 쓰면서 겪은 일, 생각 등을 풀어내고 있는데 첫 장에서 나오는 '곰팡이'이야기에 꽤나 당황스러웠다. '음...이건 에세이 아닌가..?'하면서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다 느껴진건 작가가 정말 그간 소설 쓰면서 느낀 생각, 경험을 풀고 공감을 구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그녀가 읽었던 책들, 이야기에 대한 그녀만의 철학이 가볍지 않아 기대했던 것보다도 더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기도, 놀랍기도 했다.

'독서인들의 흔한 패턴대로 막상 책을 사나 이후에는 흥미를 잃어 읽기를 미루는' 부분에서 '나랑 같은 사람이었네' 공감을 하기도 했고, '새 글을 시작할 때마다 '이번에도 나는 글 쓰는 법을 다 까먹었구나'하며 가벼운 절망감에 빠진다'는 부분에서 인간미가 느껴지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무수한 상상력을 가진 작가가 아니라서, 자료를 조사하고 과학적인 지식과 접목하고자 노력하는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되어 소설을 쓰기위한 노력의 깊이를 글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책을 읽다보면 나오는 이른바 '참고도서들'과 마지막에 나오는 '김초엽의 우연한 책들'을 보면서 독서에 대한 의욕이 다시 자극 받은 것 같다.

에세이를 읽고나니 앞으로 나올 소설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짐과 동시에 여전히 SF소설에 대해선 '걸음마' 수준인 나지만,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책을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다음에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책을 읽어볼 참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