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을 사랑하지 않는다 - 스물에서 서른, 가슴 뛰는 삶을 위해 떠난 어느 날의 여행
이예은(나린) 지음 / 바이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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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마카오를 다녀온 후로 외국으로의 여행 아니,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었다. 마지막일 줄은 몰랐던 그 여행 후로 잠깐 시외 어딘가를 가는 것을 제외하고 여행이라고 부를 정도로 오랫동안 어딘가에 머물렀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여행가고 싶은 마음을 달래는건 여행 책 뿐이었지만, 신간 서적이 나오는 경우가 점점 줄어든다고 느껴지면서 그 공허함을 몇 년 전 유튜버들의 여행 브이로그 영상으로 달래왔던 것 같다. 그러다 거리두기도 없어지고, 이번 여름 휴가부터는 내 주변에서도 외국으로 여행다녀오는 경우를 심심찮게 보게 되었다.

처음엔 누구보다도 빠르게 여행을 다녀온 사람의 여행기인가 싶었는데, 무려 10여 년동안의 여행에 대해 적은 글이라길래 신기했다. 나보다 어릴 것 같은 사람인데, 10년 동안의 여행기로 책을 쓰다니, 여행 다녀온 곳들의 액기스만 담겨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감이 컸다. 게다가 제목은 역설적이지 않은가. 여행기인데 '나는 여행을 사랑하지 않는다'라는게 인상적이었다.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여행에 대한 철학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첫 챕터를 다 읽고나서 느낀 점은 여행의 그리움과 생각을 담은 책이지만 여행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여느 여행 블로그나 책들처럼 여행을 간 순서라든가, 거기서 체험하고 느낀 점이라든가 그런 것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 영구, 이집트, 칠레, 페루, 일본 등 여행하면서 다닌 여러 국가의 이름은 나오고, 주요 지명도 나오지만 '그곳에 가면 무엇이 있다'라든가 '그곳에서 이걸 보았을 때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다'라는 내용이 아니라 그 곳에서 보고 즐기며 느낀 작가의 생각과 고찰 등이 담겨 있었다.





플래그를 붙여놓고 한참 들여다 보게 된 사진이었다. 마추픽추 말고는 페루라는 나라에 대해 알고 싶지도, 가고 싶지도, 하고 싶지도 않았다던 작가는 페루에서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이곳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선물했다' 라고 말한다. 외국 여행 책들을 보면서 '아 여기 가고 싶다'라고 느낀 적이 별로 없었는데 처음으로 가고 싶어졌다. '이것이면 충분하다'라고 생각하게 된 그곳, 나도 페루가 가고 싶어졌다.



여행을 사랑한다는 것은 현실과는 다르기 때문일 것 같다. 평소의 삶과는 다른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는 여행을 사랑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삶이 여행이어야 했고, 여행이 삶이어야 했다................ 여행의 의미는 반드시 그래야 했다.'

왜 10여 년 동안의 여행을 담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표현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여행을 특별한 이벤트로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삶을 살아가는 자세와 여행을 대하는 자세를 같은 마음으로 만끽하기 때문에 여행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 아닐까.

정말 여행이 가고싶어 질 때 읽어도 좋겠지만,

혼자 머릿속이 복잡할 때 읽어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에 다시 읽게 된다면 지금 덕지덕지 붙여놓은 책 곳곳의 플래그와는 또 다른 부분에서 밑줄을 긋고 또 다른 것을 깨닫게 될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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