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말 가르치기
김수업 지음 / 나라말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마음에는 봄이 아직도 오지 않았는 데 봄은 벌서 온 세상을 뒤덮었네."

봄꽃의 향기와 따스한 바람과 햇살과 어우러져 흩날리는 꽃잎들, 연녹의 새순이 뿜어 내는 생명력, 봄나물의 상큼함, 이 모든 것들이 한 데 겹쳐 봄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어는 것 하나 제대로 느끼지 못하면 봄을 온전히 알 수 없다. 봄은 있는 데 내게 봄이 없는 것처럼 슬픈 일도 없다. 삶은 그렇게 바로 내 곁에 있는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느끼고 생각하고 알아갈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봄처럼 배달말 또한 항상 내 곁에 머무르고 오고 감을 계속 하고 있었지만 그저 일상에 숨겨진 숨은 그림이나 다름 없었다. 내가 제대로 알아 보기 전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 수 없 듯 배달말 또한 그러했다.  

이 책을 "말의 봉우리에 움을 틔웠다."란 말로 이 책을 드러내고 싶다. 또 한 마디를 덧 붙인다면 "이 책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나는 순백의 빛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다. 그만큼 이 책은 겨레의 말, 배달말을 혼탁해진 말의 뻘에서 건져내 진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을 읽을수록 대밭에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것처럼 시원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면서 나는 왜 국어교사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의식이 그렇게 뚜렷하지 않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배달말을 가르치는 사람의 신념을 배울 수 있어 더 확고한 교사로서의 마음을 다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전공 공부를 하면서 이론서를 볼 때면 외국서적을 번역하는 과정에서의 투박한 번역문을 읽어야 하는 힘겨움을 이 책은 덜어 준다. 사전을 책을 필요도 없고 그저 읽어 가면서 입말처럼 이해가 되니 딱딱한 들온말을 읽는 힘겨움을 덜 수 있어서 좋았다. 전공 이론서를 좀 읽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얼마나 배달말을 길어 쓰기 위해 노력한 책인지를 금방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 덕분에 전문용어를 쓰지 않고 배달말로만도 충분히 학문을 할 수 있고 명확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끄러운 것이 배달말에 아직 익숙지 않아 애써 배달말로 적은 글을 다시 번역어(전문용어)로 바꾸어 쓰는 나를 마주한 일이다. 우리말과 우리글 살이를 제대로 못 하면서 배달말을 가르치겠다고 생각했던 나를 반성하게 계기를 마련해 준 고마운 책이다.  

배달말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이나 가르치려고 하는 사람이나 배달말로 입말, 글말, 전자말 살이를 하는 모든 이들이 배달말 살이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삶의 텃밭에서 우리말의 씨앗을 뿌리고 키워내는 농사를 우리는 이제 우리 힘으로 애살있게 해야 한다. 『배달말 가르치기』를 읽으며 그 첫 씨앗을 뿌려봄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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