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사전 (2008년용)
남광우 엮음 / 교학사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중세국어(15c)를 공부하다보면 외국어를 만난 기분이다. 그것도 너무나 생소한 외국어를 말이다.영어 같으면 사전이라도 찾아 읽으면 되겠지만 산스크리트어나 아랍어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나를 자괴감에 빠뜨리는 것이 그런 외국어는 외국어라고 하면서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지만 중세국어는 우리의 옛글이었다는 것에 나의 무식을 탓할 수밖에 없으니 더 답답할 따름이었다.

부모님들이 제 가족, 제 자식의 치부를 남들에게 말 못하고 가슴앓이 하듯이 나의 무식을 떳떳하게 드러내 놓고 말하기에는 알량한 자존심이 나를 아는 척하게 만들었다. 정작 아는 것이라고는 문법 교과서에 제시되어 있는 정도의 글자뿐이었다. 형태소 분석도 제대로 못하고 현대어역은 꿈도 못꿀 일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교학 고어사전'을 만났다.

문법교과서에 있는 문법적인 설명과 함께 용례를 통해 중세 국어 문법을 공부하지만 언제나 혼자 공부하기에는 답답한 부분이 있었다. 이런 막막하고 답답한 부분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주는 것이 고어사전이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다양한 용례가 기술되어 있어 어휘를 찾고 바로 용례로 확인해볼 수 있어서 다양한 문장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와 다른 어휘와 문법 체계로 인해 오분석하는 경우가 빈번했고 이로 인해 의미 파악에 혼란이 오는 경우가 빈번했다. 하지만 고어사전을 책으며 직접 어휘와 그 어휘의 쓰임을 확인할 수 있어서 형태소분석이나 현대어역을 통해 중세국어 문법체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었다.

무엇보다 차근차근 사전을 찾으며 하나씩 알아간다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고어사전에서 찾았던 어휘를 통해 문법적인 설명을 이해하게 되고 그로 인해 고전시가나 산문을 이해하는 데 적용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기쁨은 혼자 독학을 하며 답답했던 가슴을 냉수로 싹 씻어 내리는 것 같았다. '아는 척'하는 상태에서 벗어나 앎의 상태로 그리고 그 앎을 적용해서 문학 작품을 읽고 해석함으로써 내 삶으로 끄집어 오는 첫 걸음에 고어사전이 있었다.

민족의 언어의 통시적인 흐름 속에는 우리 민족의 삶이 응축되어 있다. 그 삶 속에서 다양한 문화와 인간을 이해할 때 우리는 한국인으로서의 개별성을 지닐 수 있게 되고 그로 인해 세계 속의 한국인으로 살 수 있다. 그 첫 발을 고어사전과 함께 중세어 탐방으로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