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계, 얌순이들의 보고서 청소년 리포트 4
안재희 지음 / 우리교육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서 학력을 기준으로 그 사람의 됨됨이나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는 학력주의의 폐해는 매우 심각하다. 대학을 나왔는지,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가 그 사람의 많은 부분을 결정해버린다. 심지어 똑같은 실수도 공부 잘 하는 학생이 했을 때는 한 번의 실수로 간주되지만 공부 못하는 학생이 그랬을 경우는 그럴 줄 알았다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이 책은 이런 학력주의의 구조적 조건 하에서, 경쟁에서 일차 탈락한 학생들이 가는 학교로 전락해버린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어떠한 생각과 모습으로 살아가는지에 대한 생생한 묘사를 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얌순이"는 학력주의 사회에서 일차 소외되고 그들 실업계 학교에서도 주변화된 실업계 학생들이다.

그들이 학력주의 사회에서 취하는 중심화(?) 전략은 자신을 인문계 학생들과 동일시하고 대학진학 준비를 위해 수능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는 학력주의 사회풍토 하에서 실업계 역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그러나 그들의 욕구는 현실적 조건과 제약하에서 좌절되기 십상이고, 설사 어느 정도 그 욕구가 실현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학력주의를 재생산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얌순이" 문화를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는 것이고 그들 문화가 가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얌순이는 학력주의 사회에 순응해가는 로봇들의 일 유형일 뿐이다.

이 책에서 실업계의 '주변' 집단에 대한 새로운 정보제공과 해석은 매우 의미있지만, 그에 비해 실업계 고등학교의 주류문화는 무엇이고, 실업계의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고, 학력주의를 어떻게 해결한 것인가에 대한 언급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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