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지지부진하기도, 때로는 고속열차에 탄 것 같기도 한 삶에서,

특히 우울함과 부정적 감정의 수렁에 빠져 있을 때에도 


말과 언어는 힘이 세다.


내면 세계라는 것이 언제나 유동적이고 불완전하며 명징하게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로 되어 있어서, 

누군가는 이것을 고결하고 단정하고 마음에 파동이 일도록 단어와 문장을 잘 벼려서 세상에 내놓아야 한다. 

그것을 프로페셔널하게 하는 사람이야말로 소설가이며 시인이며 철학자라고 할 수 있다. 

파스칼 키냐르와 파스칼 메르시어는 그것을 하고 있다. 두 파스칼들이 세상에 내놓은 문장들을, 

나는 보고 먹고 생각하며 살아가는(혹은 살아내는) 힘을 얻는다.



문장은 살아갈 힘을 준다.

그 안에 나보다 현명한 누군가의 삶이 고농도로 압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의 자아상은 대체로 다른 누군가의 농축된 자아상을 끌어들이고 흡수하면서 형성되었다. 

나와 다르지만 비슷하고, 비슷한 것 같았지만 알고 보니 나와는 너무나 달랐던 작가와 철학자들 사이에서 잉태되고, 

그들의 단어와 문장을 먹고 자랐다. 그래서 태생적으로 이러한 책들에 이끌린다. 언어의 기원, 언어의 만듦새와 쓰임새, 그것들의 활용과 삶 자체로 녹아든 언어까지. 수사학이라는 학문 역시 고대로부터 집적되어 현재는 철학의 한 분과로 

자리 잡았으니 내가 이 책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고보니 또 책을 샀다.

소비가 소비로서 소비 되고야 마는 행위가 되지 않도록 문장을 꼭꼭 씹어 잘 삼킬 것이다.

삶의 연료이며, 구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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