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 - 무시하기엔 너무 친근하고 함께하기엔 너무 야생적인 동물들의 사생활
사이 몽고메리.엘리자베스 M. 토마스 지음, 김문주 옮김 / 홍익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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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체평: 비교적 두꺼워 보이는 책이지만 정교하고 작은 삽화와 짧은 에세이들이 나열되어 있어서 책을 금세 읽어낼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동물의 흥미로운 점을 나열한 것도 아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다른 이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는 동물을 대하는 일관된 태도 때문이다. 작가들이, 동물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어떤 철학적 경지에 이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곳곳에서 지은이는 인간의 오만함을 비판한다. 인간은 자신만이 신의 모습을 닮았다고 자만하며 다른 동물들을 전쟁에 이용하고, 애완동물을 기르다가 버리고, 심지어 야생동물을 비싼 비용을 주고 잡아먹는 실태에 대해 고발하고 있다. 책을 통해서나마 ‘사이’와 ‘엘리자베스’ 두 작가의 대화를 경청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지식을 자랑하거나 명예를 위해서 쓴 책이 아니다. 자신이 믿는 바를 확인하기 위해 공부하고 가치관을 확립하여 그대로 실천하며 산다. 참으로 아름다운 삶이다. 삶과 지식이 하나가 된 모습. 이상적인 삶이다.

주제: 동물과 사람은 다르지 않다.

엘리자베스는 칼리하리 사막에 사는 수렵채집인들의 삶을 관찰하며 글을 써왔으며 사이는 야생동물에 관한 글을 쓰는 작가이다. 사이의 남편의 소개로 30년 전에 만난 두 사람은 자연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영혼의 단짝’이라고 느낄 만큼 동질감을 느낀다. 이렇게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이 지구상에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할 것 같다.

엘리자베스가 사이를 처음 만났을 때 사이가 기르는 흰 담비를 보러갔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담비에게 엘리자베스가 물리는 불상사가 일어났지만 엘리자베스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한 이유가 우리가 생각하듯이 동물의 행동을 참아냈기 때문이 아니었다. 단지 동물의 입장과 관점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이렇게 동물과 사람을 동일시하는 관점은 책 곳곳에 드러난다. 다음은 그러한 시각이 드러난 구절들이다.



(1) 인간이 개와 고양이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다.

그들이 우리는 참아내고 받아들인 것이다. 처음 인간은 식량을 마련하기 위해 늑대를 길렀다. 인간과 늑대는 동일한 사냥감을 사냥했는데 늑대가 의도적으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먹이를 몰아가서 인간과의 협력을 이끌어냈으리라고 작가는 생각한다. 인간과 늑대가 서로에 대한 인내를 발휘하고 이는 상호의존관계로 발전했다고 한다. 고양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이 곡식을 곡식창고에 보관하면서부터 쥐가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고양이가 접근하게 되고 인간은 쥐를 없앨 수 있는 이로움 때문에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2) 개를 훈련시키는 최고의 방법은 선배 개의 조언이다.

사람이 선배로부터 지혜를 얻는 것이 당연하듯이 개도 개들 간의 교육이 필요하다. 인간이 개를 훈련할 때 개가 인간의 말을 잘 이해 못하면 멍청한 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른 개들이 어린 강아지들을 훈련시킬 때 걸리는 시간은 단 몇 분도 걸리지 않는다. 이처럼 인간들처럼 개들도 세대 간의 교육이 이루어진다.



(3) 벌레들도 분노와 무서움, 질투,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

벌도 설탕물의 물질대사 효과를 받아서 인간처럼 기분향상에 도움을 받는다. 파란색 카드로 표시된 터널에 설탕물을 두고 초록 카드로 표시한 곳에 아무것도 두지 않았을 때, 청록색 카드를 본 벌을 인간처럼 혼란스러움이라는 감정을 겪는다. 청록색은 파란색도 아니고 초록색도 아니기 때문이다. 재미있게도 뇌 화학물질인 도파민을 차단하는 약을 주자 설탕물의 효과가 사라졌다는 것을 보면 인간이나 벌 모두에게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슷한 예로 동물들의 중독 문제가 있다고 한다. 새들은 과일 열매 사이에서 발효된 열매를 먹고 그 독특한 맛에 중독된다. 맨드릴개코원숭이는 특별한 나무의 뿌리를 먹고 취해서 용기를 내어 다른 수컷과의 결투를 준비한다고 한다.



(4) 동물들도 말을 하고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닭이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는 것은 물론 특정한 사람을 지칭하기 위해 특별한 울음소리를 내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닭의 언어가 있는 것이다. 프레리도그들이 난생 처음 보는 대상을 묘사하기 위해 즉석에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낸다. 돌고래도 이름을 지어내고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앵무새들도 다른 새들의 이름을 부르는데 이 이름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이다.



(5) 소형견들은 인간만큼이나 사회적 관계에 관심이 많다.

시골에서 태어난 다른 개들은 자동차에 관심을 표하지 않는데 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낸 소형견은 자동차 바퀴에서 나는 다른 개들의 냄새를 통해 먼 곳에 사는 개들의 정보를 알게 된다.만날 일도 없이 메시지를 남긴 개들의 흔적을 좇는 것은 마치 인간들이 SNS로 다른 인간들의 소식을 찾아보는 것과 같다. 편지가 아니라 트위터나 블로그와 같은 형태인 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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