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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 가는 길 ㅣ 황석영 중단편전집 2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10월
평점 :
품절
누구나 자신의 마음 속에는 고향이 있고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으며 오늘도 그 유토피아에 도달하기 위해 하루를 보내고 있다. 황석영의 소설 '삼포가는 길' 에는 따뜻한 남쪽 같은 고향을 꿈꾸며 그리워 하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공사판을 찾아 돌아다니는 뜨내기 노동자 영달과 삶의 뜨거움과 차가움을 고루 겪은 작부 백화 그리고 출옥 후 고향인 삼포를 찾아가는 정씨. 셋은 모두 인생에 슬픔을 겪은 외로운 인물들이다. 소설의 마지막 결국 영달과 백화는 결합되지 못하고 정씨의 고향인 삼포의 개발 소식으로 더이상 삼포를 갈 이유가 없어지면서 이야기는 비극적인 결말을 맺는다. 개찰구에서 한노인에게 삼포가 이제는 바다에 방둑을 쌓아놓고 육지가 됬다는 소리를 들은 정씨의 무너진 가슴과 여태까지 꿈꿔오던 고향을 잃은 슬픔. 그 슬픔에서 나는 3년전 중학교 입학식을 치룬지 몇일 안되서의 일이 생각 났다.
난 어린시절을 강화도 시골마을에서 보냈었다. 한없이 행복했던 그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검은 포도들이 꽃마냥 아름다움을 자랑했던 포도밭. 논두렁을 걷다보면 나던 개구리 울음소리. 지금생각 해보면 도시 생활에서 느낄 수 없는 한적함이라고나 할까 아름다운 시골마을이 었다. 난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떠났고 그 곳을 다시 찾았다. 그때 받은 나의 충격이란...... 나에게 수확의 기쁨을 알게 해 주었던 냉이 밭에는 상가가 즐비해 있었고 포도밭에는 아파트가 들어서 있었다.
그 곳에서 나는 고향을 잃은 느낌이 들었다. 고향이 없어진것은 아니지만 나의 추억이 사라진 것이다. 소설을 읽은뒤 난 그때의 사건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나와 정씨의 일체감이라고나 할까 동질감이 느껴 졌다. 그래서 소설의 마지막 누구보다 정씨의 마음을 알껏같았다. 이 소설은 결말이 나와 있지 않다. 많은 독자들이 나름대로 상상 하겠지만 난 이런 결론을 내리고 싶다.
정씨는 마음에 상처를 입지만 그 곳에 추억을 잃고 싶지 않아 결국 삼포행을 포기하고 백화가 떠난 그녀의 고향으로 향한다. 그 곳에서 영달과 백화는 재회하고 정씨도 일자리를 얻어 정착한다. 영달과 백화의 결합 그리고 정씨의 정착. 이로써 셋은 뜨내기가 아니라 진정한 유토피아를 찾는데 성공하게 된다.
이렇게 나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면서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유토피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유토피아.삼포로 통하는 진정한 내 마음의 고향. 소설을 읽은뒤 고향을 잃은 슬픔보다 나오지 않은 결론을 상상하면서 새로운 유토피아를 꿈꿀 생각에 벌써 부터 가슴이 설레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