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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 -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 에세이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강석기 작가의 책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를 읽고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을 표지, 구성, 내용 등의 측면에서 적어보았다.
# 표지의 강렬함이 매력적이다.
특히, 늑대의 파란 눈과 하얀 털을 바탕으로 한 표지 디자인이 독자의 시선을 잡아 끌 것 같다. 깔끔하고 심플한 색 배치도 좋았다. 단,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라는 제목에서 "늑대"만 파란색으로 표시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 또한 책 전체의 구성에서 보자면 과학의 여러가지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제목과 표지만을 보았을 때는 진화론과 관련된 서적이 아닐까?라는 느낌을 주어서, 그 분야에 관심 없는 독자에게는 어필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 각 파트의 배치가 돋보였다.
이건 내용이라기 보다는 책을 구성하는 면에서 바라본 것인데, 첫 번째 파트인 '심리학'이야기는 일반 독자들에게 상당히 관심 있어하는 주제이다. 이는 심리학 관련 서적의 판매 증가와 복잡해 지는 인간관계 속에서 마음을 해석하고 알고 싶은 현대인의 욕구가 반영된 현상인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심리학 파트를 첫 장으로 배치한 점은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단순한 배치의 문제를 넘어서는 심도 있는 글의 내용이 좋았다. 단순히 심리학적인 관점이 아니라 심리학적인 주제(예를 들면 작심삼일, 인간관계 네트워크의 한계)를 과학적 실험결과와 논문에 근거하여 그 속설 혹은 주장을 타당한 이야기(예를 들면 새 친구를 사귀면 옛 친구와 멀어지는 이유에 대한 과학적 타당성을 '던바의 수'로 나타낸 것)로 풀어냄으로써 과학적 이야기의 타당성과 이야기로써의 재미와 흥미가 잘 조화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심리학'이야기 다음에 일반독자들에게 조금 덜 흥미로울 수 있는 '진화'이야기를 다루고, 그 다음 파트는 후각이나, 미각 같이 실제적으로 지금 느끼고 경험해 볼 수 있는 '감각'이야기(이 파트의 백미는 짠맛이 다른 맛과 차별화된 농도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농도에 따른 맛의 호불호를 이야기한 점과 개의 후각을 들숨냄새와 날숨냄새의 관점에서 다룬 후각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를 다룬 점. 연이어 현대인의 생활과 밀접한 반려동물로 연결되는 동물 윤리, 커피공화국이라 불릴 정도의 대한민국에 피부에 와 닿는 카페인 이야기 등을 다룬 '신경과학'이야기, 또한 비만, 비타민, 칼로리, 수면, 유전자 치료, 스트레스 등의 가장 현실적이고도 관심을 갖게 만드는 '건강/의학'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독자의 흥미를 최고조로 이끌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시 조금 관심이 떨어질 수 있는 '과학사'이야기(개인적으로 생물학 전공을 했던 나의 입장에서는 과학사 이야기가 가장 풍부한 함의를 지닌 파트였다)를 배치하고, 기초적이면서도 풍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생물학', '물리/화학'이야기를 배치함으로써 다시 독자의 지적인 호기심을 유발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인류학'이야기 파트는 일반독자의 입장에서는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약중강약이 자연스럽게 배치된 구성은 리드미컬하게 독자를 책의 내용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각의 에세이의 발표 시기를 표시해 줬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한 예로 05-9 '낙타와 메르스' 편을 보자. p163 중간 쯤에 "<사이언스> 5월 2일자 기사를 보면 다행이 그럴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라는 문장이 있는데, 이 문장 가운데 5월 2일이 몇 년도 5월 2일인지가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관련 기사나 논문을 찾아보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 구체적인 참고문헌(레퍼런스)의 다양함과 구체적인 명시가 돋보였다.
모든 과학과 관련된 책에서는 책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내용의 책이나 논문, 기사를 참고문헌(레퍼런스)으로 싣는다. 이 책 역시 좋았던 점은 p219 "학술지 <네이쳐> 2014년 5월 1일자.." , p211 "찰스 다윈은 1871년 펴낸 책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에서 이 현상은..."와 같이 논문의 구체적인 발행 년도와 제목과 저자를 명확하게 표시함으로써 독자들이 궁금한 점을 직접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 책이 다룰 수 없는, 아니 다루기에는 너무나 방대한 과학적 근거와 자료들을 구체적으로 알려줌으로써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점이 좋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각 파트와 에세이마다 등장하는 논문 혹은 책, 기사 등을 목록화해서 책 뒤편에 참고목록의 형태로 정리해서 실어주었더라면 독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판에서는 이 부분을 고려해 주시면 좋겠다)
# 각각의 주제 선정의 이유에 대해서 작가의 설명이 덧붙여졌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비만이란 주제라면 주변의 비만이지만 건강한 사람, 혹은 내장비만이 심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든지, 비타민제를 보충하는 것에 대한 찬반 양론에 대해서는 작가 어머니의 비타민제 복용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이런 설명이 앞부분에 있었더라면 더욱 흥미를 유발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 같다. (정말 재미있게 보았던 "낙타와 메르스"편은 메르스라는 전염병이 중동지역과 아프리카에 퍼져 있고, 실제적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보기 힘든 전염병이므로 전염병 자체에 대한 매커니즘과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는 면에서는 재미와 의미가 있었지만, 피부로 와 닿지는 않았다. 이런 글의 경우 작가가 왜 메르스라는 전염병에 대해 글을 쓰게 되었는지가 덧붙여주는 것이 독자의 이해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 주제 선정이 다양하고 과학의 각각의 세세한 분야를 다룬 점이 좋다.
크게 9가지 주제 (심리학, 진화, 감각, 신경과학, 건강/의학, 과학사, 생물학, 물리/화학, 인류학)를 바탕으로 그 주제 안에서도 세부적인 학문의 이야기를 다룬 점이 좋다. 예를 들면 건강/의학을 다루면서 카페인, 스트레스와 노화, 줄기세포, 비만, 유전자 치료, 바이러스 등의 현실적이고 현재 이슈화 되고 있는 주제를 꼼꼼히 선정한 점이 눈에 띈다. (특히, 전염병이나 바이러스의 문제를 다룬 "낙타와 메르스"편은 사스와 조류독감, 신종플루가 계속적으로 일어났던 일련의 과정이 있었고, 2014년 8월에 아프리카에 에볼라 바이러스 다시 회자되는 시점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의 백신이 없다는 것이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판데믹(pandemic)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현재의 가장 뜨거운 주제로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