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리더에게 - 대한민국 대표 CEO들에게 던지는 무례한 질문
이석우 지음 / Mid(엠아이디)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세상은 수많은 흙수저들과 몇몇의 금수저들이 함께 존재하는 곳이다. 최근 이슈화 되고 있는 금수저와 흙수저로 표현되는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계급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하던 것이다. 우리는 금수저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지만 그것은 우리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기에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흙수저를 어떻게 지혜롭게 활용할 것인지가 우리 삶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그렇기에 이 책은 우리에게 의미가 있다. 우리는 이미 흙수저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 책은 우리와 같은 대부분의 흙수저들이 사회, 특히 회사로 대표되는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살아남는가에 대한 이야기, 흙수저로 떠 넣은 밥을 먹고 자란 사람들이 어떻게 금수저를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은 신문기자인 저자가 (과거에 월급쟁이였으나) 지금은 대한민국의 대표 CEO가 된 전 현직 CEO 9명을 인터뷰 한 것을 바탕으로 편집 구성한 결과물이다. "리더가 리더에게"라는 제목만 보고 나름의 성공(회사라는 시스템 안에서의 성공)을 이뤘다고 여겨지는 9명의 사장님들이 꼰대(?)같은 말투로 "우리 때는 말이야~"라고 하면서 자신의 성공담을 늘어놓는 책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 책은 오히려 "내가 과거에는 말이야. 이렇게 찌질~했었지."라는 고백을 담담하게 담고 있다. 오히려 지금의 CEO가 된 인터뷰이(interviewee)들이 과거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머슴' 혹은 '월급쟁이'로서 겪은 실패담, 망가짐, 실수 등 '월급쟁이의 잔혹사'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찌질한 과거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실패를 자신의 일부로 여기며 그것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도록 드러내 보이는 인터뷰이들의 모습은 '리더'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이고, 배울 점이 많은 흙수저들의 성공이야기. 아니, 수많은 실패 이야기. 더 정확히는 굳건히 버텨낸 이야기는 화려하고 찬란함과는 거리가 멀다. 마치 9첩 반상의 상차림 위에 놓여졌지만 눈길을 끌지 않는 음식들. 예를 들면 종지의 간장, 보시기에 소박하게 담긴 깍두기, 대접에 담긴 구수한 숭늉처럼 월급쟁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상 속의 사소하면서 중요한 고민들과 기초적인 의문점들이 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직장인에게 월급이 갖는 의미, 직장내의 인간관계(특히 상사와의 인간관계), 진급과 이직의 적절한 때, 회사에서 갖게 되는 주인의식, 직장 생활을 통한 개인의 성장 등의 아주 기초적이면서 현실적인 단어들의 의미를 짚어준다. 그리고 실제적인 경험담(대부분이 통렬한 실패담이다)을 통해서 월급, 회사, 이직, 성장이라는 단어를 바라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주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단순히 멋모르고 사회에 뛰어든 사회 초년생이 몰랐을, 그리고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는 직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할아버지 옛날 이야기를 듣는 손자처럼 나도 모르게 귀 기울이게 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이 가진 최고의 장점은 허황된 '성공'의 단어들을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현실을 인정하고, 그 현실에서 하나하나 해 나가야 할 목록과 관계들을 차분히 정리해 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치 복싱을 배우러 가면 바로 복싱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두 세달 동안 줄넘기만 하면서 기초체력을 쌓는 것처럼, 회사 생활을 잘하고 성공하기 위한 궁극의 스킬(기술)이나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아니라 기초 중의 기초인 월급, 상사, 이직, 진급, 성장 등의 실제적인 의미를 다룬다.

 

 

기초가 튼튼한 운동선수가 롱런(long-run)하는 것처럼, 기초가 튼튼한 월급쟁이들이 롱런(long-run)할 수 있다. 월급쟁이 생활에 회의가 들 때, 이직을 고민하고 있을 때, 상사가 못살게 굴 때 등 이런 고민들이 스멀스멀 피어 오를 때, 이 책을 책장에서 꺼내어 다시 읽어보면 어떨까? 직장생활의 기초()를 튼튼히 해주는 칼슘과 그 뼈에 탄력을 주는 콜라겐과 같은 이야기들을 읽고 나면 누군가가 등을 토닥거려주는 위안과 나름의 해답을 얻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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