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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 - 뇌공학의 현재와 미래
임창환 지음 / Mid(엠아이디)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만나는 뇌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성(性)기관은 어디일까요?"
대학교 때 <인간과 성(性)>이란 교양 수업을 수강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담당 교수님이 저런 질문을 하셨다.
질문을 듣자, 여기저기서 남학생들의 피식~거리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곳(?)이 아닙니다.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성(性)기관은 뇌입니다."
그 이야기는 갸우뚱하면서도 이해가 되는 말이었다. 우리의 모든 행동과 버릇, 심지어 생식과 성이라는 인류 번식과 즐거움을 담당하는 곳이 뇌라는 이야기는 신선하면서도 충격적이었다. '뇌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내 삶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그 무렵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뇌에 관한 연구가 어디쯤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라는 생생한 현장 보고서 한 편을 받아 들었다. (우리 몸의 가장 큰 성기관으로서의 뇌를 다루었을까? 기대가 된다.)
#두루두루, 재미나게, 의미있게 쓰여진 뇌공학 보고서
수 많은 공상과학 영화들이 뇌, 그리고 뇌를 연구한 결과물로서의 인공지능을 다룬다. <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를 보며 드는 생각은 이런 공상과학 영화들이 작가 나름의 상상이기도 하지만, 우리모두의 상상이기도 하고, 그 상상이 실현(되어가고 있는) 중간 결과물이라는 것이었다. 저자가 언급한 <써로게이트>, <터미네이터>, <트랜센던스>, <매트릭스> 등의 영화가 담고 있는 뇌(혹은 인공지능, 더 나아가 생명연장에 관한) 연구와 기술들이 지금 어떻게 연구되고 있는지에 대한 생생한 자료들이 이 책에는 가득하다.
chapter 1.의 '드림 레코더'에 관한 베르거 박사의 뇌파 측정기 연구가 현재 30개 회사에서 팔리고 있다든지, chapter 3.에서 언급한 '정신적 타자기'가 2012년에 베티나 소르거 교수에 의해 자기공명영상 장치를 기술을 해서 현재 개발되었고, 저자의 연구실에서도 뇌파를 이용한 타자기를 연구하고 있다는 것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보여준 것은 읽는 독자에게 마치 지금 손에 닿을 듯한 생생한 결과물을 보고 느끼는 것 같게 해주었다. 특히나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chapter 5.에서 기계장치를 뇌에 심는 '브레인 임플란트'에 대해서 언급한 부분이었는데, 메드트로닉(Medtronic)社의 얼 바켄이 심장 페이스메이커를 만들고 발전시키고, 그것이 현재의 브레인 임플란트 연구에 어떤 영향과 결과물들을 탄생 시켰는지 일목요연하고 재미있게 소개한 글이 참 좋았다.
또한 뇌공학을 다루는 영역에 있어서도 뇌 자체의 기능 관한 연구(chapter 4. 감성 인터페이스, chapter 7. 거짓말 탐지 MRI)와 외부 자극을 통한 뇌조절에 관한 연구(chapter 10. 뇌조절 기술, chapter 11. 뉴로피드백), 그리고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영상과 데이터로 구현하려는 연구(chapter 6. 뇌기능영상 기술의 발전) 등 어느 한 분야를 깊게 다루기 보다 일반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하게(더구나, 재미있게) 다룬 점은 이 책의 강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학의 대중화'가 아닌 '대중의 과학화'
'과학의 대중화'가 아닌 '대중의 과학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 책은 대중들에게 과학과 기술이 지금 현재 서있는 좌표를 제시하고 있으며, 그 뿐 아니라,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사이에 놓인 과학 기술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에 대한 저자의 균형 잡힌 관점이 잘 녹아 있다. 늘 어렵다고 생각되는 과학이 이렇게 우리 현실에 살을 부비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느끼며, 뇌를 연구하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NS-5의 시선은 어디로 향하는가
표지에 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의 소설이자 영화로도 만들어진 <아이, 로봇>(2004) 속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로봇 NS-5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복잡한 기계회로가 뇌를 구성하고 있고, 얼굴을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을 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현재 뇌공학의 현실과 열망을 잘 나타내주는 그림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측면을 향한 NS-5의 표정이 뭔가 신비롭다. 마치 알 수 없는 (그렇기에 궁금한 뇌공학의)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뇌라는 주제와 현재 뇌에 관한 여려 연구의 현재와 미래를 잘 드러내 주는 사진이다.
#짧고, 간결한 임팩트
다만 제목과 제목의 배치가 조금 아쉽다. 우선 제목이 좀 길다는 느낌을 준다. (물론,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뇌가 공학에 영향을 주고, 공학 기술에 다시 뇌에 영향을 주는 양방향성 연구의 실제적인 사례들을 통해, 그 긴 제목이 가지는 의미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가 서문에 밝힌 것 처럼 이 글은 과학동아라는 과학잡지에 연재된 칼럼을 모아서 책으로 발간한 것이다. 잡지 연재 때의 [브레인, 머신]이라는 타이틀을 그대로 가져 오는 것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조금 함축적인 의미를 담은 임팩트 있는 짧은 제목을 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잡지 연재물을 책으로 만들 때
이 책은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다시피 2012년에 과학동에 연재된 저자의 칼럼 [브레인, 머신]을 모아서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잡지의 특성상 매월 한 편의 칼럼이 실리게 되므로 그 당시의 시류와 사회 분위기 과학기술의 동향에 따라 주제가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이 책은 뇌공학의 전체적인 영역을 다루고 있기에 잡지 연재 칼럼을 책으로 엮어내기에도 손색이 없는 것 같다.
다만, chapter 4.에서 유명 브랜드 '갭(GAP)'이 뉴로마케팅 조사를 통해 로고를 정했다는 에피소드를 다루는 부분에서 편집 상의 아쉬움이 눈에 띈다. p94, 18-19줄에 "그런 과정을 통해서 다음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대문자 'G' 옆에 소문자 'ap', 그리고.."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잡지에 실렸을 때에는 '갭(GAP)'의 바뀐 로고와 현재의 로고가 일러스트로 실렸을지 모르겠으나, 책에서는 로고의 그림이 빠져있다. 그런데 "다음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이라고 설명이 나와있어서 책을 읽는 독자에게 조금 혼란이 생길 것 같다. 이 점은 재판에 때, 그림을 넣던지, 아니면 문장을 정정해서 써주시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