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요소도 궁금했고 달달하면서도 정석적인 연애 이야기를 보고 싶어서 작품을 구매했습니다. 주인공이 이능력자이고 이능력이 비중 있게 다뤄지기는 하지만,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학원물, 일상물에 가까워요. 능력자들이 전면에 나서야 하는 사건이 벌어지거나 능력자들을 고용하는 조직이 있거나 하지 않거든요. 배경이 학교이기도 하고. 그보다는 남들에게 들켜서는 안 되는 이능력을 가진 상태에서, 어떻게 일상을 꾸리면서 친구들과 관계를 맺고 감정을 다뤄나가는지를 다루는 작품입니다. 설명되지 않는 이질적인 힘은 낙인을 찍히기 쉬운 특성이고, 이로 인해 이능력자들은 남들과 섞이지 못하고, 자신을 숨겨야 하고, 힘을 통제하려 애쓰며 살아갑니다. 작품에서의 이능력은 그래서 장애나 소수자성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어요. 힘의 근원 자체도 심리적 외상과 관련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언급도 중간에 나오거든요.
학교생활이라는 게 그냥도 섬세한 전략이 필요한데, 사랑이라는 취약한 감정(더구나 동성애자로 한국 학교에서 사는 것이라면....)에 사로잡히고, 거기에 이능력까지 더해지니 대단한 사건이 없어도 여러 위험들을 맞닿뜨리게 되죠. 고립되고, 그래서 누군가에게 집착적으로 의존하고, 건강하지 않는 관계를 맺고..... 그 과정에서 유정이를 제외하고는 다들 한 번 이상 선을 넘어버려요. 다행히도 아예 수습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가지 않아서 일상물의 범주 안에 남지만요. 보는 내내 짠하면서도 말리고 싶었네요. 그만큼 현실 공간 같고 이입이 잘 되었어요.
제목의 킨티아는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별칭인데, 보는 동안은 자꾸 세영이를 의미하는 건가 했거든요. 방에 붙여둔 스티커도 그렇고. 계속 러블리즈의 데스티니가 떠오르고 말이죠. 결말부에서 제목의 의미가 등장인물의 입으로 설명됩니다만, 꼭 메인커플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주요 인물들 전부를 아우르는 제목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우리는 외따로 살아갈 수 없고 서로의 중력장 안에서 그러나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아가게 된다는 의미가 아닌가 그렇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