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짓 게이로서 오랫동안 너덜너덜한 연애를 이어오던 주인공은 ‘나비’를 주워오면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식충이 취급을 받지 않기 위해 완벽한 아들이 되려고 노력했지만 좌절되고, 식충처럼 자신에게 빌붙어 살던 애인에게 매달리던 관계가 종료되면서 주인공의 일상은 완전히 무너집니다. 그러나 대기업 사원으로서 자신의 무너진 일상을 철저히 숨겨야 하는 상황이죠. ‘나비’는 수상하기 짝이 없는 존재이지만 주인공은 ‘나비’가 보이는 애정에 집착하며 ‘나비’를 옆에 두기 위해 온갖 일을 하게 되는데….수상쩍은 존재인 ‘나비’가 정말 인외 같아서 조마조마하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 결코 무해하지도 않고 인간에게 친숙한 포유동물도 아닌 것 같은데. 그동안 주인공의 인생에 있던 식충들에 비하면 가장 견딜만한 식충이어서일까요….과연 누가 누구를 기만하고 있는 것일지, 표면적으로 유지되는 듯한 일상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을지, ‘나비’의 머리가 무사할지 (?) 등등 앞으로의 전개가 몹시 궁금합니다.
제목처럼 권태롭고 나른한 분위기가 계속되어서 인상적이었어요. 헤어지기 직전의 묘한 느낌이 계속되다가…. 전환을 맞기 전까지의 모습이 섬세하게 묘사된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로맨스, 다정하고 사랑에 최선을 다하는 남주, 어딘가에 푹 빠져있는 여주. 이런 작가님만의 매력을 이번 작품에서도 찾을 수 있었어요. 다만 미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그리고 전근대의 영국이 무대여서 또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주인공과 엮이는 친구들이 다 매력적이어서 조금 아쉽기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