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기에 그는 나에게 현존으로, 나는 그에게 유익으로 다가간다. 이것이 상호적일 때 비로소 우정이 되고 이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 비대칭성이 상호 지속될 때, 우정은 사랑과 마찬가지로 존재감을 고양시키며 큰 기쁨이 된다.
다른 누구도, 무엇도 아닌 나로서의 나, 우리는 이것을 ‘인격’이라 부른다. 사람은 누구나 나 자체로 존중받고 싶어하고, 특히 그 누구도 아닌 사랑하는 이가 그렇게 대해주길 바란다. 사랑은 내가 다른 어떤 속성이 아니라 바로 인격으로서 존중받는 것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사회에서 무시당하고 모욕당하고 손상된 존재감을 고양해준다.
그 결과 존중받을수록 인격이 무시되고 모욕당하는 역설이 현대의 사랑에서는 구조화되고 말았다. "저는 여성을 혐오하지 않습니다. 여성을 제가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이 말은 존중이 모욕으로 도착倒錯되는 것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나의 고유한 인격은 그 수많은 역할과 나 사이의 간격, 차이로 존재한다.
그와 나의 관계에서 유익이 아닌 현존이 핵심이라는 서로 간의 확신이 없다면 이 관계는 쉽게 흔들린다.
사회적 영역처럼 친밀성 영역에서도 존재감은 ‘현존’이 아니라 필사적인 ‘관심 끌기’로만 가능한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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