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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로판인줄 알았는데 괴담이다 (총2권/완결)
물푸울 / CL프로덕션 / 2020년 9월
평점 :
판매중지
『로판인줄 알았는데 괴담이었다』
닫힌 결말 해피엔딩 러버 로판 독자인 주인공이 피폐하기 짝이 없는 코즈믹 호러의 세계를 로코로 물들여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의 힘이 정말 대단한데 다른 인물에 빙의했다면 나라를 하나 세우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예요. 심하게 꽃밭이긴 한데 하나하나 생각해보면 예리함과 결단력이 장난 아닙니다. 다른 인물들 시점에서는 정신 놓을 것 같은 호러인데도 이미 주인공에게 적응되고 나서인지 '이런 속사정이 있었군' 하고 지나가게 되더라고요. 오죽하면 본편의 마지막 챕터 소제목이 '괴담인줄 알았는데 로판이었다'인 걸요.
덕력이 드러나는 주인공 시점을 읽다보면 2010년대 후반 로판작들을 메타적으로 보는 느낌도 들어요. 휘말리는 모든 사건들을 로판적으로 해석하면서 로판적인 클리셰와 구조를 활용하여 모두를 자신에게 휘말리게 하거든요. 오죽하면...(스포). 주인공이 빙의한 세계를 현실로 아예 안 받아들인 건 아닌데 그럼에도 계속 이야기로 인식하고 있어요. 외전에서조차! 자신이 빙의한 로판(?) 작가(?)를 도와 개연성을 챙기면서도 닫힌 해피엔딩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그 덕분에 세계관 최강자가 되어버려요. 첫 번째 외전이 본편의 구조를 좀 더 가벼운 분위기와 진전된 인물관계 속에서 되풀이하는 느낌이라면, 두 번째 외전은 (과장 섞어서) 로판 독자의 최종 진화판이랄까요?
호러를 아예 못 읽는 게 아니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피폐집착남 언저리의 무언가가 나오긴 하는데 주인공의 족쇄에 단단히 묶여서 오히려 주인공에게 휘둘리는 게 흡족하더라고요. 집착남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거부감 없이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크툴루 신화를 잘 알거나 TRPG를 해봤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배경지식이 필요하진 않아요. 그래도 TRPG 한 번 해보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