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피어클리벤의 금화 1~2 세트 - 전2권
신서로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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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탕해야 하는 마수, 법적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최하층 유랑민 종족, 제국의 바깥에서 제국의 경계를 어지럽히는 오랑캐 야만인, 뒤가 구려보이는 수상한 집단, 초월적인 힘을 지닌 신성한 존재.


『피어클리벤의 금화』는 이 모두를 교섭 테이블에 올리는 소설입니다.


대등하게 교섭을 할 만한 자격이 없다고 여겨지는 이들과, 대등한 교섭을 하기에는 너무나 강력한 이들, 이해관계가 조율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이들과, 대화를 거부하고 싶을 정도로 증오스러운 이들. 

이런 관계에서도 어떻게든, 이 모든 집단과 개인들이 한 자리에서 대화하고 입장을 조율하게 하는 힘, 그리고 자리를 파한 뒤에도 합의한 내용을 서로가 지킬 것이라 믿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요?



☞ 『피어클리벤의 금화』프롤로그 보러 가기


"너를 먹겠다."


여기서 '너'를 맡고 있는 울리케 피어클리벤은 아우스뉘르 제국 변방의 가난한 영주의 딸입니다. 마법사도 아니고 무력도 없으며 잘 모르는 곳으로 끌려온 직후입니다. 그리고 울리케를 먹겠다고 선언한 이는 지고의 포식자이자, 신뢰와 언약의 상징인 용입니다. 인간의 힘으로 토벌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맹수이며 반신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인간과 말이 통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통제하기는 어려운 존재죠. 그런 존재가 자신을 먹겠다는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애초에 음식에게 왜 선언을 하는 걸까요?

울리케를 먹어도 될지 먹으면 안 될지, 그에 대해 용과 대화를 나눌 자격이 있는 이는 누구인지, 어떤 존재를 음식 또는 대화상대로 분류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대화를 거듭하다가 결국 용은 

"너를 먹지 않겠다."

라고 다시 선언합니다. 그런 다음 통성명도 하고 부(富)를 얻기 위해 피어클리벤 영지를 후원하겠다는 이야기까지 합니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영지경영물이 될 줄 알았는데 말이죠.


이 문답에서 울리케가 용 빌러디저드의 한 끼 식사에서 교섭 주체로 승격된 이유는 "소통하고 공감하며, 지성을 나눌 수 있는 존재"를 먹지 않겠으며, 절대적인 당위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 때문이라는 대답 덕분이 아닐까 저는 생각합니다. 용과 교류하며 빌러디저드가 추구하는 부(富)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가 필요할 텐데, 인간과 용 사이의 차이만큼이나 자신과 다른 존재더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라면 그를 하나의 주체로 인정할 것이라는 열린 마음이 변화의 전제조건이 아닐까요? 그것이 기존의 규칙이나 예절, 상식과는 다소 어긋나더라도 대화와 공존을 추구하겠다는 발언이라고 울리케의 말을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울리케는 1권 내내 예기치 않은 교섭에 휘말리고 맙니다. 교섭 대상에서 교섭 주체가 되기도 하고, 손해를 볼 게 뻔한 상황에서 새로운 교섭을 성공하기도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본문을 읽어보시면서 직접 기막혀 하시는 게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됩니다. 


1권과 2권은 그래도 영지경영물처럼 진행되는 부분이 있는데요. 사실 피어클리벤에 용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대륙에 어마어마한 변화와 붕괴가 일어날 예정이었다는 게 2권을 지나면서부터 드러납니다. 빌러디저드의 등장과 울리케의 각성으로 일어난 사건들 덕에 피어클리벤이 주목해야 할 새로운 변수가 되어버린 거죠. 피어클리벤이 앞으로 어떤 변화에 휩쓸릴지, 주인공들이 일으키는 사건이 어떤 교섭과 공존으로 우리를 이끌지,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하세요.



- 1, 2권을 바탕으로 퀴즈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으니 참여해보세요! 무려 원작자도 한 문제를 틀리고야 말았다는 어마어마한 난이도의 퀴즈!

- 208화가 빨리 올라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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