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K의 미필적 고의 - 이춘길 소설집 걷는사람 소설집 3
이춘길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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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형사K의미필적고의
#이춘길
#걷는사람

<형사 K의 미필적 고의>
쥔공은 형한테 이름만 빌려준 차 때문에 평생 세금을 내는 게 아까워서 가짜 도난신고를 낸다.
오지랖? 아니면 남다른 수사력을 가진 형사 K는 쥔공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수사에 열을 올린다.

특이한 게 쥔공이 탐정 K에 대한 글을 쓰는데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야기가 서로 맞물려 들어가면서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동파>
읽는 내내 작가가 굉장히 서스펜스를 잘 그려낸다는 생각을 했어요.

쥔공 '나'는 엄청 추운 지방인 P시로 피난 아닌 피난을 왔습니다. 처음엔 편집자인가 했는데 모종의 관계가 있는 J와 함께입니다. 수도가 어는데요. 무슨 짓을 해도 녹지 않고 이 작은 동파는 아파트 전체로 번져갑니다.

읽는 동안 수도관이 펑 터지면서 얼음이 튀어나올 것 같은 불안함을 느꼈습니다.

<관리인>
일종의 인수합병 전에 투입되어서 재무재표 회계 보고 하는 사람 있죠? 뭐라 그러는지 생각이 안나는데 이런 사람이 망하기 일보직전의 병원을 찾아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이야기입니다.

읽는 내내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야, 완전 제 취향이었어요.

<잡식동물의딜레마>

P.118
마스터 김은 폭력 없이 얻은 것은 진짜 얻은 것이 아니라고 믿었다. 그리고 피를 보면 주머니가 열린다는 갱스터들의 격언을 영원불변의 잠언으로 여겼다. 유저를 모으기 위해서는 투견장이 피범벅 되는 이벤트가 필요한 것이다.
─「잡식동물의 딜레마」

제가 장르소설 작가님 중에 강지영 작가님 참 좋아하는데요.
강지영 작가님의 <개들이 식사할 시간> 생각이 싹 지워질 만큼 잘 썼더라고요.
투견장의 생생한 묘사,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어요.

<실종>
이 이안기는 앞선 <형사k의미필적고의> 때 살짝 나왔던 텍스트 속의 텍스트들이 서로 맞물리며 소용돌이 쳐서 어디가 현실이고 어디가 텍스트인지 알 수 없게 하는 방법을 아주 잘 익혀 놓은 것 같아요.
누가 누굴 납치했고 누가 시나리오 속 인물인지 나주에는 헷갈릴 정도로 인물들이 서로 닮아가면서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잘 쓴 환상소설 같아요.
완전 내취향~~~ ㅋㅋㅋㅋㅋ

<카라반>
저도 전업주부입니다. 전업주부의 삶이란... ... 아이들의 발달단계나 남편의 사회적 변화로 인해서 내가 원치 않아도 내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변화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어느날 갑자기 허방을 디딘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기도 하는 것 아닐까요. 지금껏 아등바등 살았던 게 죄다 부질없어지는 것 아닐까요.
여주인공은 미란이 예약했다 취소하지 못한 카라반 여행을 떠납니다. 모든 것이 불안하고 불만족스러웠던 카라반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뒤 이상하게도 일상에 균열이 생깁니다. 그녀는 이 모든 게 카라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애니가 돌아왔다> 의 순문학 버전 같았달까요. 카라반은 폐쇄된 갱도가 아닐까요. 거기에 갔다가 나를 잃고 뭔가에 씌여서 되돌아오는 이들이 떠올랐어요.

<피터의편지>
이건, 또 아예 외국 갱스터 이야기네? 깜놀 하면서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마치 바위를 깨부수는 물방울 같은 포스트잇, 피터의 편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갱도 조폭도 킬러도 피터의 편지를 보면 사라집니다. 그런데 그들이 왠지 이 비정한 세계에서 벗어나 어떤 따뜻한 곳으로 갔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입니다. 지금까지는 어둠의 미로 속을 해맨 것 같다면 이 이야기는 뿅~ 로그아웃한 이야기 같습니다. 마지막 장을 장식했다니 상당히 의미 있어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완전완전 제 취향이었어요. 영화음악들 중에 현악기들 조율하는 불협화음 같은 거 막 나오는 거 있죠. 그런 거 같았어요. ㅋㅋ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의 소설이어요.
전 좋았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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