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시대 - 이디스 워튼 고전 소설을 고르는 데 각자의 기준이 있을 거다. 나 같은 경우에는 가지런한 느낌을 선호해서 웬만하면 출판사 한 곳에서만 구매해 왔다. 작년 여성의 날 기념으로 앤의 서재에서 여성 작가 시리즈가 나왔다.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위험한 시대에 글을 쓴 여성들‘이란 수식과 함께 다가온다면 밀쳐낼 도리가 있기나 할까. 조금 가지런하지 못한 책장이야 뭐. 같은 시리즈의 <프랑켄슈타인>을 읽고 여성 작가 클래식 시리즈에 현대 여성 작가의 추천의 글을 보고는 감탄했다. 이건 센스에서만 나온 게 아닌 ‘우리’라 서로를 묶을 수 있는 ‘우리’들만의 감각이 아닐까. 강화길이 쓴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위한 글은 사진을 찍어 두고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읽어 본다. 나는 왜 강화길처럼 글을 깊이 있게 읽어내지 못할까 하는 질투심과 함께 과거보다는 나아졌을지 몰라도 지금도 그렇게 녹록하지 못할 여성 작가가 자신의 글에 써준 멋진 글을 읽었다면 메리셸리는 어땠을까 하는 사소한 궁금증을 이유로. 이디스 워튼의 추천의 말은 정한아 작가가 썼는데, 이제는 마땅히, 과거 여성 작가들을 위해 쓴 현대 여성 작가들의 글이 들어있는 이 시리즈를 계속 바랄 것만 같다. 물론 서평단으로서 받은 책이지만, 받지 못했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드디어 나왔다!‘하며 기쁜 마음으로 구매했을 거다. 드디어 책 이야기-짧게-를 해야겠다. 고전은 읽고 결말 부분에서 항상 아쉽다 느꼈다. 이 책도 아주 적은 분량을 남기고 순식간에 이야기 속 시간이 흘러버려 아쉽단 생각을 하며 극후반부를 읽었다. 책을 읽다 생긴 책에 대한 편견은 깨지기가 정말 힘든데,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서 결말 때문에 다시 읽어야 한다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