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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의 이름 - 신비한 주기율표 사전, 118개 원소에는 모두 이야기가 있다
피터 워더스 지음, 이충호 옮김 / 윌북 / 2021년 6월
평점 :

원소들의 '이름'에 초점을 맞춰 화학사를 풀어내고 있는 책 <원소의 이름>
역사에 접근하는 방향이 참 다양해졌다. 과학에 접근하는 방향이 다양해진 건가.
거부감 반 무관심 반이었던 화학 원소를 역사 스토리텔링으로 훑어가다 보니
역시 전에 느끼지 못한 재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며 화학과 물리학은 물론, 그리스 로마신화, 점성술, 여러 나라의 역사, 사회, 문화, 종교, 언어적으로 접근하니
하나의 원소 이름이 다양한 지식의 융합이랄까.
물론 지역이나 인물을 기념해 쉽게 유추 가능한 몇몇도 있지만 대개 사연 없는 이름이 없다.
고대에는 천제와 연결된 7가지 금속밖에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렇게 수백 년 지속되다가 17세기가 들어서야 희미하게 다른 금속에 대한 가능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초반부는 화학이라기보다 신화와 천문학을 접하는 듯하다.
연금술 기호라는 게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구리를 나타내는 연금술 기호는 베누스(아프로디테)의 거울에서 유래했다고 믿었으나 후에는 고대 이집트 타악기인 시스트룸에서 유래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시스트룸은 이집트 여신 이시스가 사용한 악기라고 여겨지는데 이시스를 베누스와 연결 지을 수 있겠다. 생물학자들은 이 기호를 암컷을 나타내는 일반적인 기호로 사용했다.
비스무트라는 금속의 어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만큼 이야기가 많다. 광산에서 은의 덮개라 불리며 은을 찾는 유용한 도구 역할을 했고 독성이 없고 금속으로는 드물게 아름다운 색을 지녀 화장품으로 널리 쓰이기도 했다.
화장품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을 때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비스무트 변성물, 진주의 백색이라고 부르는 순백색 가루가 피부의 온갖 흠을 가리고 얼굴을 아름답게 하는데 적합하다는 기록 있는데 흰 피부를 가지기 소원하는 여성들 사이에 이 물질을 바르는 것이 당연한 관행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황화수소와 닿으면 검게 변한다는 사실은 알리지 않았나 보다. 이 물질로 아름답게 피부가 하얘진 여인이 온천에 들어가자 새카매져 혼절했다고 한다. 알고 보면 당연한 결과지만 모르고 당한 봉변은 상상을 초월하지 않았을까 싶다.
공기를 낱낱이 해부하려는 듯한 초기 실험 연구들에서는 살짝 추리 소설 읽는 기분도 들었다. 수소와 산소의 특성을 면밀히 따지자면 두 기체의 이름이 바뀌어야 온당하지만 라부아지에가 정한 이름으로 그냥 굳어지고 말았다는. 수정되었더라면 물을 O2H로 외웠을 것이다.
그냥 보기만 해도 머리 아팠던 이 원소주기율표 속에 고대 신화와 전설, 고문서로 거슬러올라가는 오랜 역사가 있으리라 몇이나 생각했을까. 이 작은 표 너머는 그냥 얼핏 상상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
그 어원을 찾아 고대, 중세 오랜 기록들 속에서 누가 언제 어떻게 연구를 하고 어떤 기록을 남겼는지, 어떤 파장을 남겼는지 연대기식으로 정리하고 연결 지어 글로 풀어놓은 저자의 노력 또한 가늠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문학적 요소가 많이 느껴져 읽기 쉽기도 했지만 점점 늘어가는 화학 용어들을 대하니 또 마냥 쉽지도 않았다.
머리 아픈 화학기호만 보기 전에 먼저 읽는다면 훌륭한 참고서가 될 듯하다. 없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과학이 교양인 시대,
화학과 무관하다 해도 화학사를 통해 역사의 재미와 상식을 챙길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