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 세월과 내공이 빚은 오리진의 힘
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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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의 크기 정도를 떠나 가장 많이 바뀌는 곳이 식당가가 아닌가 싶다.

집주변은 특히나 심하다.

버젓이 있던 식당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새로운 식당이 들어서 있어 깜짝 놀라곤 한다.

그만큼 쉽게 접근했다가 쓸쓸히 퇴장하기 쉬운 업종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같은 자리를 지켜오는 노포들이 있다.

대를 이어 식당을 하는 경우가 드문 요즘, 

50년 이상 된 노포들은 민중 생활사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만 누구도 기록하는 이가 없었다.

글 쓰는 셰프인 저자는 그 역사를 메우기 위해 지난 10년간 그들의 이야기를 취재하며 기록하고 있다.


책에는 국내 19곳과 일본 고베에 자리 잡은 평양냉면옥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서울 우래옥, 청진옥, 열차집 등은 소문을 듣고 찾아가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노포들이 그 오랜 시간 지켜져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당연히 맛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맛에는 유별스러운 비법이 있는 게 아니었다.

단순한 원칙을 변함없이 지키고,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고집스럽게 본래 맛에 집착하는 것이 전부였다.


​흥미롭게 와닿았던 건 노포에 단순히 음식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생각지 못했던 삶이 담겨 있었다.

일제강점기부터 전쟁과 피난, 재건, 종로의 주먹들, 가난한 노동자 등 우리 역사 속 격동기 서민의 모습이다.

음식 재료와 양념의 변화에 사회 변천 과정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그동안 생각해 보지 못했던 소박한 음식들의 뒷이야기가 아리게 다가왔다.


읽기 전에는 왜 식당의 역사가 필요할까 의아했다.

하지만 한 집 한 집 노포와 그 맛에 담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어떤 역사책에 뒤지지 않는 값진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제는 막연히 맛집이라서 레트로가 유행이라서가 아니라 노포의 담긴 이야기를 느껴러 가보고 싶다.

걸어온 길을 떠올리다 보면 음식 맛이 다르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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