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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뒤바꾼 가짜뉴스 - 거짓으로 대중을 현혹시킨 36가지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장하나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2월
평점 :
품절

최근 세계 역사를 흥미롭게 알려주는 책들이 많아져 반갑다.
한국사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세계사는 복잡해서 어려웠는데
단순한 연대기식이 아닌 테마별로 또는 입체적으로 다각도에서 바라보며 생각을 일깨워주는 책들 덕분에 새로운 재미를 알게 된다.
그런 점에서 #세계사를뒤바꾼가짜뉴스 는 더 핫한 주제다.
#가짜뉴스 라는 용어가 최근 몇 년 사이 부각되면서 팩트체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날이 막강한 힘을 과시하는 SNS 홍수 속에서 이성적으로 팩트 체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개 지극히 자극적인 가짜 뉴스는 SNS의 타고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만큼 의식적으로 자각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지만 날로 더 치밀해지고 정교해지며 정치 사회 전반에서 악용되니 대단히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용어는 신조어 같은 느낌이지만 그 행태는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도 가짜뉴스가 가장 판을 치는 곳이 정치이듯이
그 유래 또한 아테네 대중 정치인을 뜻하는 데마고고스에서 시작되었다.
데마고고스는 기존 기득권 세력을 뛰어넘기 위해 가짜뉴스로 대중을 선도해 권력을 잡았다고 한다.
이에 위협을 느낀 상층 시민은 도편추방제라는 것을 만들어 대중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인물을 뽑아 10년 동안 외지로 추방하기에 이른다. 도편추방 제도가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런 배경이 있었다니 흥미롭다.
고대 인도에서는 신분제를 유지시키기 위해 종교를 이용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폴리스 유지를 위한다며 노예제를 정당화시켰다.
중국 주왕조는 역성혁명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미궁(보랏빛이 희미하게 보이는 궁전)에 '천제'라는 가공의 신을 만들고 '주지육림(酒池肉林_술로 연못을 만들고 고깃덩어리를 달아 숲을 만든 다음 남녀가 벌거벗고 그 사이에서 밤낮없이 술을 퍼마시며 즐겼다)'이라는 이야기를 꾸며냈다고 한다.
알렉산드로스는 페르시아 전쟁에 대한 복수와 이민족의 노예가 된 소아시아의 그리스인 해방이라는 명목으로 대대적인 토벌작전을 벌이지만,
실상은 그리스 사회의 불만을 분산시키고자 함이었다.
이런 전쟁의 이면은 현대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의 선민의식으로 죄인이 된 진회에 대한 해석은 우리 역사 속 광해군과 일면 닮아 있다.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선민의식으로 여전히 민족자존심에 흠집을 낸 죄인 취급을 받는 듯하지만
무모한 전쟁을 피해 왕조를 존속시키고자 했던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이지 않을까.
연방제 유지를 위해 선택했던 링컨의 노예 해방 선언, 유대인을 희생양으로 삼기 위해 날조된 드레퓌스 사건 등 사회 불만 해소와 대중 선동을 위해 끊임없이 가짜 뉴스로 사건을 날조하는 일들이 벌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선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나치의 괴벨스다.
"인간은 신비한 것이 있으면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고 무조건 따르는 경향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 많은 사람들이 홀로코스트라는 참혹한 사건에 암묵적으로 동조했다는 사실만 봐도
괴벨스의 가짜뉴스가 얼마나 막강한 힘을 발휘했는지 알 수 있다.
그의 선전술은 비난받으면서도 여전히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고 점점 더 진화한다는 사실이 더 무섭다.
세계 역사를 뒤바뀐 가짜뉴스 36가지 이야기를 읽다 보면 유사한 패턴이 연상된다.
그런 점에서 과거의 사건들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점점 더 진위를 가리기가 어려워지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상황에 미루어보면 판단에 좀 더 신중을 기할 수 있을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