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앤 프렌즈
에밀리 기핀 지음, 조은경 옮김 / 포레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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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러브 앤 프렌즈

여자친구들 사이엔 꼭 그런 친구 있다.
얘가 가진 것보다 더 좋은 걸 가져야 하고, 얘가 갖고싶어 하는 건 먼저 갖는 애.
얘가 엄두도 못낼 만한 더 좋은 걸 먼저 갖고, 모든 사람들의 시기, 질투, 찬사를 모두 갖고싶어하는 애 말이다.

그리고 평범한 애는 이렇게 생각한다.
'쟤가 누리는 걸 나같은 평범한 애가 어떻게 욕심내겠어...'

이 모든 뿌리깊은 관계는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 <러브 앤 프렌즈>에서도 나타난다. 모든 걸 다 가진 여자 다시의 절친한 친구 레이철은 한때 자신이 좋아했던 남자이자 현재 다시의 약혼자인 남자 덱스와 얼결에 하룻밤을 보낸다.

단순히 보면 친구의 애인과 바람을 핀 나쁜 여자지만, 어렸을 적 다시와의 관계를 돌이켜보면, 이번이야말로 다시를 넘어설 절호의 기회! 거기다가 덱스 또한 레이철을 좋아했었다고 하니 사랑도 찾고 경쟁자도 이기고 할 기회가 아닌가. 다만 레이철은 신부 들러리 대표이자 신부의 절친한 친구라는 게 문제!

사랑과 우정,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거야 몇백년 전부터 반복된 딜레마일테고, 이 소설의 참다운 묘미는 멋쟁이 뉴요커 여인들의 쿨한 휴가 보내기다.
친구들끼리 햄튼의 별장을 빌려서 놀거나, 해변에서 밤새 파티를 하거나, 점심엔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친구를 만나 샌트럴파크에서 식사를 즐기는 그런 일상 말이다. 곳곳에 나오는 브랜드의 이름들은 여성들이 침을 꿀꺽 삼키기에 충분하고, 표지에 있는 네 명의 멋진 남녀는 책 속의 인물들과 매칭되며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쫀득한 로맨스와 쿨한 여름휴가가 공존하는, 그야말로 도시 여성의 휴가용 도서다.

아끼다가 휴가때 읽을걸. 예상외로 금방 읽어버려서 살짝, 아쉽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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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연애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8
마키 사쓰지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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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엄청난 반전! 올여름 첫 미스터리 치곤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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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1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최종술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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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로 가장 많이 알려진 작가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외국 작가 중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명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고 해서 바로 구매해보았다. 도플갱어 스릴러라니, 어쩐지 롤리타의 흥미진진한 내용과 오버랩될 것 같은 분위기에 얼른 책을 펼쳐들었다.

자기와 완전히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를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이 책의 주인공은 탐욕으로부터 생각을 시작하고, 예술의 완성을 이루고자 일을 시행한다.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은 <롤리타>의 주인공 험버트와, 이 책의 주인공 게르만의 무시못할 공통점이다. 책 속에서 게르만과 떠돌이는 도플갱어이지만, 크게 보아 험버트와 게르만 또한 도플갱어이다. 두 사람 다 자기만의 예술을 완성하고자 하는 가장 커다란 욕망을 바탕으로 자신의 도플갱어를 없애려고 하며 시인처럼 말놀이를 즐긴다. 자신이 기준하고 있는 아름다움을 완성하기 위한 아주 위험한 놀음을 거행하는 것이다. 
 


 

또한 작가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이 두 책에서 저자로서의 자신과 저자로서의 주인공을 각각 내세우는데, 이는 매우 모호해서 어쩔 땐 뒤에 이어질 내용에 대해 코멘트를 달기도 하고, 어쩔 땐 주변 인물들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솔직하게 밝히는 등 트릭을 사용한다. 이는 또한 도플갱어가 주제인 이 책의 내용과도 상통하는 것이다.

머리좋은 소설가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이렇게 책을 다 읽고서도 깨닫게 되는 여러 트릭들을 통해 독자들을 당황스러운 흥미의 세계로 인도한다. 자칭 예술가 게르만은 여러 문학과 시들을 인용하며 자신을 예술가라 칭하지만, 관객(독자)가 보기에 게르만은 속물적이고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일 뿐이다. 관객의 시선까지도 의식하여 집어넣는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에 어찌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절망>이야말로 두 번 읽어도 후회하지 않을 소설이다.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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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1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최종술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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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가장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스릴러_절망

<롤리타>로 가장 많이 알려진 작가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외국 작가 중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명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고 해서 바로 구매해보았다. 도플갱어 스릴러라니, 어쩐지 롤리타의 흥미진진한 내용과 오버랩될 것 같은 분위기에 얼른 책을 펼쳐들었다.

자기와 완전히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를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이 책의 주인공은 탐욕으로부터 생각을 시작하고, 예술의 완성을 이루고자 일을 시행한다.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은 <롤리타>의 주인공 험버트와, 이 책의 주인공 게르만의 무시못할 공통점이다. 책 속에서 게르만과 떠돌이는 도플갱어이지만, 크게 보아 험버트와 게르만 또한 도플갱어이다. 두 사람 다 자기만의 예술을 완성하고자 하는 가장 커다란 욕망을 바탕으로 자신의 도플갱어를 없애려고 하며 시인처럼 말놀이를 즐긴다. 자신이 기준하고 있는 아름다움을 완성하기 위한 아주 위험한 놀음을 거행하는 것이다. 
 


 

 

 

 

 

 

 

 

 

 

 

 

 

또한 작가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이 두 책에서 저자로서의 자신과 저자로서의 주인공을 각각 내세우는데, 이는 매우 모호해서 어쩔 땐 뒤에 이어질 내용에 대해 코멘트를 달기도 하고, 어쩔 땐 주변 인물들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솔직하게 밝히는 등 트릭을 사용한다. 이는 또한 도플갱어가 주제인 이 책의 내용과도 상통하는 것이다.

머리좋은 소설가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이렇게 책을 다 읽고서도 깨닫게 되는 여러 트릭들을 통해 독자들을 당황스러운 흥미의 세계로 인도한다. 자칭 예술가 게르만은 여러 문학과 시들을 인용하며 자신을 예술가라 칭하지만, 관객(독자)가 보기에 게르만은 속물적이고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일 뿐이다. 관객의 시선까지도 의식하여 집어넣는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에 어찌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절망>이야말로 두 번 읽어도 후회하지 않을 소설이다. 자꾸 읽을 수록 맛이 난다.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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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2
캐서린 스토켓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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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가 되고도 대략 10년이나 지나 있는 지금까지,
사람들을 나누는 기준을 얼마나 많을까. 단순히 교과서에서만 보던 그런 기준들 말고 말이다.

공공연하게 그어놓고 있는 선들을 나는, 다른 이들은 한번이라도 체감해본 적이 있는지.

여성과 남성에 그어놓은 선들, 피부색에 그어놓은 선들, 그리고 지위와 빈부에 그어놓은 선들. 우리는 이 선의 존재를 얼마나 체감하고 있었고, 한 번이라도 넘어보려는,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했던 걸까.



캐스린 스토킷의 장편소설 <헬프>는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때로는 가벼운 수다로, 때로는 따뜻한 정으로 감싸안는다. 주인공은 세 명의 여성이다. 세 명 중 한 명은 흑인 가정부를 엄마처럼 따랐던, 그러나 지금은 그 흑인 가정부가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는 20대의 백인 여성이다.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은 백인 가정에서 헬퍼로 일하고 있는 흑인 여성. 

 

이들의 관계는 아이러니하고도 기묘하다.
60년대,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미시시피 주에서 거의 모든 백인 아이들은 흑인 가정부를 엄마로 여기며 자란다. 흑인 가정부는 정작 본인의 아이들을 돌보지 못한 채, 백인 아이들을 엄마처럼 키우는 것이다. 그렇게 자란 백인 아이들은 어느새 엄마와도 같이 생각했던 흑인 가정부를 기실 노예로 대하게 된다. 어렸을 적 따뜻한 손길에 웃고 울었던 기억은 마치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 듯. 그리하여 흑인은 백인과 같은 화장실을 쓸 수 없고, 같은 의자를 쓸 수 없고, 서로 사랑이라는 가장 인간적인 감정조차 가져서는 안되는 존재로 각인된다.

그러나 엄마와도 같던 흑인 가정부를 잊지 못하고 있는 한 백인 여자가 있다. 갓 대학을 졸업한 스키터는 고향에 돌아와보니 가족과도 같던 흑인 가정부가 없어졌다는 걸 안다. 그녀에겐 엄마와도 같던 사람이 없어진 가운데, 가족들은 작가의 꿈을 가진 그녀에게 끊임없이 외모를 가꾸고, 좋은 집안의 남성과 결혼할 것을 종용한다.

그녀의 꿈을 응원해주는 이가 아무도 없는 가운데, 그녀는 흑인 가정부의 눈과 입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책을 기획한다. 흑인과 백인 사이에 단순히 선이 그어져 있고, 그 선을 인식하는 이야기를 넘어, 그 선과 상관 없이 맺어진 많은 우정들과 사랑들에 대해서도 적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이미 고전이 되어버린, 그러나 너무나 기독교, 백인 남성의 입장에서 써내려간 소설 <앵무새 죽이기>와 뚜렷한 차이점을 갖는다. 생각해보면 어떤 시선이 더 옳은가는 참 간단한 문제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근로자의 이미지는 그대로, 미국이나 유럽에서 생각하는 우리나라 교포와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60년대를 배경으로 써내려간 이 책이 여전히 현재, 우리에게도 의미를 갖는 이유다.

스키터는 흑인 가정부들의 입을 통해 나온 이야기들을 직접적으로 써내려갔고, 그 이야기는 차별문제를 한 단계 넘어 어떻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순수한 우정이 가능할 수 있는지, 신의가 맺어질 수 있는지를 말한다. 아주 당연하고 가볍지 않은 주제임에도 이야기는 시종일관 따뜻하고 유머러스하다. 어찌되었건 사람 사는 세상인데 어찌 차별만, 울음만, 서러움만 있을까. 작가 캐스린 스토킷은 이 점을 너무나도 잘 아는 것 같다. 착한 소설임에도 지루하지 않고, 두 권임에도 길지 않다.

미국에서는 신인 작가의 등단작이 이렇게까지 화제가 된다 하여 ’폭풍’같은 책으로 이 책을 설명한단다. 간만에 아주아주, 선물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이런 만남 정말,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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