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러비드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6
토니 모리슨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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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읽은 토니모리슨의 작품은 <빌러비드>였다.
 
그나마도 옛날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던 판본은 읽다가 말았었다. 너무 어렸을 적 읽은 탓인지 쉽사리 몰입이 안됐던 내용.
 
그런데 이렇게 나이를먹고, 새롭게 읽은 <빌러비드>는 내게 올해 최고의 책이 되었다. (아직까지는!)
 
극단적인 상황은 그 상황이 비참할수록 환상적인 이야기로 돌아왔다. 내가 좋아하는 또다른 작가 헤르타 뮐러의 말처럼 '비극은 시의 옷을' 입었고 이 모든 사람들이 제발 행복하기를 바라며 책장을 빠르게 넘기게 되었다.
 
인간이기를 포기했던 노예시절. 그리고 이제는 모든 아이들을 사랑해줄 수 있는 세서. 그녀에게 다시 돌아온 빌러비드는 크고 맑아서 더 무서운 눈을 하고 그녀를 몰아세운다.
 
운명과 죄책감 앞에 하릴없이 흔들리는 세서에 대한 안타까움과 빌러비드에 대한 안쓰러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 사람은 살아가야 하지 않겠니.' 하고 빌러비드를 혼내고싶기도 한 아픈 마음.
 
복잡한 심경이 내내 화산재처럼 쌓이다가, 끝에 가서는 그저 차분히 가라앉아버렸다. 먹먹하게 만드는 글귀들.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를 다시 곱씹고싶었는데 아직은 겁이 나서 그럴 수가 없다.
이렇게 거대하고 아픈 소설, 참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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