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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 ㅣ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니콜라이 고골 지음, 이항재 옮김, 노에미 비야무사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이미 유명해진 외투가 아닌가.
하지만 이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러시아의 단편이고
연필선에 가까운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그림들이 같이 있는 책이다.
여타의 외투와는 다르다.
그것은 주인공인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특별한 <외투>다.
아주 간단한 플롯에서 울리는 울림은 내가 연연해하는 작은 것들을 떠올리게 하고,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를 겹겹이 둘러싼 절차와 절차에 매인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낡은 외투가 더이상 손 쓸 수 없이 망가져버린 뒤, 주인공 아카키예비치는 새 외투를 장만하기로 한다. 그리고 새 외투를 장만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그에겐 아주 큰 돈이어서, 다른 것들을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희생한 채 새 외투를 간절히 기다리게 된다. 아주 성실했던 그에게 새 외투는 모든 것이어서, 차후 다가올 비극은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리는 정도였던 것이다.
그저 '누구의 아들'로만 불리는 주인공도, 어떤 이인지는 생략된 채 '고관'이라고 불리는 사람도 어쩌면 사회가 부여한 지위에 개인을 맞추어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주 작은 것이라도 어떤 이에겐 모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아카키예비치들은 그 작은 것 조차 잃게 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우리 사회의 수많은 고관들은 그저 사소한 남의 일이려니. 하고 넘기고 만다.
흑백의 일러스트는 조금 더 스산하게, 한편으론 한 겹의 연민을 더 담아 이야기를 진득하게 만들어 준다.
아주 오랜 이야기임에도 지금 이야기처럼 안쓰럽고 친숙하다. 내가 가장 아끼는 단편과 그 단편을 둘러싼 따뜻한 그림.
이것은 단 하나 밖에 없는 <외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