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경사 바틀비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허먼 멜빌 지음, 공진호 옮김, 하비에르 사발라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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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월스트리트,
세계에서 가장 민감하고 빠른 곳, 거대한 숫자들이 움직이고, 숫자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곳. 매력적인 고전소설의 무대라 치기엔 너무 현대적이고 바쁘고 비인간적인 곳이 아닐까. 이런 곳에선 어떤 인간적인 드라마도 있을 것 같지 않은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여기서 나올만한 드라마는 어떤 걸까 하는 생각에 책을 펼치게 되었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처음엔 재미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변호사 사무실에 필경사로 취직한 바틀비, 하지만 그는 점점 그에게 주어진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피고용인의 입장에서 주어진 일을 하지 않는다는 건 피고용인의 입장을 포기하겠다는 게 아닌가? 파업이라면 이유나 원하는 결과가 있을텐데, 바틀비는 그런것 또한 요구하지 않는다. 이 사람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또 바틀비의 이러한 소극적 저항이 의미하는 건 뭘까?

중간중간에 나오는 스페인 화가?의 삽화들은 쓸쓸한 내용과 너무도 잘 맞는다. 소극적 저항으로 일관하다 결국 감옥에서 쓸쓸하게 죽게 되는 바틀비. 그림으로 그려진 그의 검은 눈과 마른 체격은 무표정한 얼굴로 '안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하는 바틀비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바쁘고 빠른 월스트리트 한가운데에서 소외된 모습의 바틀비, 어찌 보면 세계에서 가장 바쁜 도시 서울 사람들의 한 단면이 아닐까? 거대한 흐름에 쫒기며 아무것도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고 도태되어 가는 사람들. 한 사람으로서의 그들과 나의 모습을 바틀비를 통해서 본다.

거대하고 바쁘게 흘러가는 조류 속에서 서있는 바틀비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네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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