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펜스 기숙학교의 마녀들
리바 브레이 지음, 이원경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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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펜스 기숙학교의 마녀들
 
음울하고도 아름답고 우아한 분위기의 고딕 양식은 특유의 매력때문에 자꾸 손이 가게 되는 소재중의 하나다. 물론 대다수의 이야기들은 이 분위기만을 사용해 겉만 번지르르한 이야기들이었지만, 자꾸자꾸 '이번엔 괜찮겠지?' 하고 사게 되는 것이다.
이 책 <스펜스 기숙학교의 마녀들> 또한 그런 약간의 의구심을 가진 채 또 한번 집어든 책이다. 어둡고 반짝거리는 표지에 달 문양과 나뭇가지 모양의 책표지. 거기다 빅토리아 시대와 고딕 양식이라니. 또 한번 상상속으로 떠날 준비가 된 것이다.
 
읽고나니 든 생각 하나.
아아. 이건 내가 해리포터 속으로 빠져들었던, 바로 그 루트다!
 
주인공 제머는 어머니의 의문의 자살때문에 괴로워한다. 그 뒤로 보이는 환상들은 그녀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영국의 스펜스 기숙학교로 들어간 뒤, 그녀 특유의 씩씩함은 그녀 주위로 친구들을 몰려들게 하고, 그녀가 겪는 묘한 환상과 환상 속에서 튀어나온 '일기장'은 음울하고도 우아한 신부수업학교, 스펜스 기숙학교에서 아름다운 소녀들의 클럽이 공유하는 하나의 위험한 비밀이 된다.
 
단순히 재미로만 쳐도 이 책은 충분히 성공적이다.
엄마의 자살 이유와 그 의문을 풀어가는 과정, 여자 친구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질투와 우정, 이계세계라는 신비함과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그로테스크한 학교의 풍경까지. 끊을 데에서 끊고 펼칠 데에서 펼치는 이야기 자체의 재미가 굉장하고, 소녀들의 클럽과 이계세계로의 연결이 개연성있고 왠지 있을법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순수한 이야기적 재미 말고도 이 책에는 주목할 만한 점이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소녀들의 '성장기제'라는 것이다. 소녀들은 친구의 상실과 그 결과로 한단계 더 성장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인생에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 즉 수동적으로 좋은 남편을 만나기 위해 프랑스어를 배우고, 독서를 하고, 예법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독서를 하고 친구를 사귀는 법을 알게 된다.
 
그것이 좋지 않은 마법의 세계일지 몰라도, 그녀들 스스로에게는 분명 성장기제의 하나일 것이다. 성장의 과정이 어찌 밝을까. 이리저리 방황하고 부딪치고, 깨지고, 울어가며 겨우 손톱만큼 자라는 것이 바로 성장 아닐까. 우리나라의 여중, 여고나 영국의 스펜스 기숙학교나 여학생들의 정서는 비슷한 것 같다. 치고 박고, 시기하고, 질투하며, 그리고 나중엔 후회하며 한줌씩 성장하는 것 말이다.
 
내겐, 재미와 의미를 같이 주는 책 한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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