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세바스찬과 검둥이 마술사
대니얼 월리스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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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고 묻는다면 망설이지도 않고 <빅피쉬>라고 대답하는 나에게, <빅피쉬>원작자의 새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어찌 이를 놓칠소냐 하고 책을 구했고, 책을 손에 든 채 다 읽어버렸다.

역시나였다.

빅피쉬에서 보여주었던 그 환상적임과 재기발랄함을 그대로 가져왔고, 기억의 불완전성에 대한 이야기 또한 그대로 가져왔지만, 이건 조금 더 슬픈 운명의 장난을 다루고 있다.

하나의 기억은 여러 가지 이야길 만들어낸다. 하나의 사건이 기억되고 이야기될 때의 불완전성. 하나의 진실은 존재하겠지만 그 진실만이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주인공인 검둥이 마술사는 그의 다사다난했던 인생 이야길 동료들에게 들려준다. 그가 겪어온 인생은 결코 보통 사람의 인생의 범주는 아니었고, 특별함과 함께 기이함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의 초반, 그의 한 동료는 이야기를 적당히 줄이고, 늘리고, 변형하며 검둥이 마술사를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들려준다. 독자들은 이 이야기를 통해 주인공의 인생을 재구성할 수밖에 없다. 검둥이 마술사가 사라진 뒤, 그가 머무르던 차이니즈서커스단의 단장은 그에게 들은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겼고, 그 전문은 독자들에게 공개된다. 그러나 어떤 부분은 불에 탔고, 어떤 부분은 물에 젖었으며, 어떤 부분은 잉크가 번졌다. 조금 더 자세해진 검둥이 마술사의 이야기를 독자들은 재구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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