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자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7
페데리코 안다아시 지음, 조구호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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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자

마테오 레알도 콜롬보, 해부학자. 이름이 비슷한 콜럼버스와의 공통점이라면, 역사에 길이 남을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가장 신비한 곳, 실제적인 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여성의 성감대다.

마테오 콜롬보 본인이 이름붙인 이 신대륙의 이름은 '비너스의 사랑'이다. 여성의 모든 사랑이 시작되고 끝나는 곳. 마테오 콜롬보 그 자신 또한 여성의 사랑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갖가지 노력을 다 한 끝에 발견한 것이니 어찌 '사랑'이라 이름붙이지 않을 수 있을까.

책은 조금 민망한 마테오 콜롬보가 그 부분을 발견한 것에 대한 이야기 이외에도, 종교의 시대에 과학을 탐구하고자 하는 정신, 그 정신이 종교라는 틀에 갖혀 발현될 때에 어떤 모습을 띄고 있는지가 자세히 드러나 있다. '악마의 발견'을 했다는 죄명으로 고소당한 마테오 콜롬보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설명할 때에 정자와 난자의 역할에 대해 말한다. 정자는 수정되면서 사람의 영혼을 만들고, 여성의 난자는 단순히 물질만을 제공해 줄 뿐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이브가 원죄를 가졌듯 여성들이 영혼이 없고, 이성이 없는 이유이며 약한 도덕성을 가진 이유라고 한다.

현대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이 견해는 과학적 발견들이 중세 엄격한 종교의 틀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발현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 시대에 뿌리깊게 박혀있던 '여성은 사람이 아니다'는 견해는 열받지만 제외하고 보면, 성서의 틀 안에서 자신의 과학을 설명하려는 이러한 노력은 어떻게 보면 상상력이 넘치다가도 한 편으로 하나의 철학줄기를 잡고있는 것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먼 그리스로부터 시작된 영혼과 몸의 이분법에서부터 , 몸은 그저 기계적으로 연쇄반응에 따라 움직일 뿐이라는 행동주의까지, 마테오 콜롬보의 견해에는 사람의 영혼과 욕망에 대한 스펙트럼이 담겨있다. 그를 둘러싼 두 명의 여성들로 인해 밝혀낼 수 있었던 '비너스의 사랑'과 함께 암흑의 시대였던 중세의 이야기가 또한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 안에는 종교재판과 마녀 사냥, 악마 숭배 등 가장 자극적이고 흥미있는 역사가 담겨있고, 그 중점에 마테오 콜롬보의 '비너스의 사랑'이 있는 것이다.

아무리 경건함을 내세웠던 중세라 할지라도, 결국 인간사는 어쩔 수 없이 욕망과 관계되어있는 건 아닌가 한다. 교황의 더 오래 살고자 하는 욕망, 남성과 여성의 사랑받고 쾌락을 느끼고 싶은 욕망, 해부학자의 자신의 연구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망, 그런 욕망들 말이다. 이것은 거대하고 딱딱한 종교 안에서도 소용돌이 치는 삶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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