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
레베카 밀러 지음, 최선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엄마의 청춘에 대한 단상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

브라보, 아빠의 청춘~ 하는 노래가 있다. 쉽게 말하면 고단한 일상 속에서 지친 아빠들이 청춘을 찾자는 가사인데, 들을 때마다 아빠의 청춘에 대해 생각해보곤 한다. 주름도 없고, 머리도 검고, 그리고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을 아빠. 그 패기에 찬 모습은 어쩐지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겠지.

그렇다면 엄마의 청춘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의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면 될까. 남들에겐 온후하고 우아한 엄마에게도 천방지축 어쩔 줄 모르는 시절이 있었을까? 엄마의 약한 모습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어쩌면 불편하기까지 한 우리에게 엄마의 청춘을 상상한다는 것은 조금은 어려운 문제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쉽사리 마음으로 상상이 되지 않는 지점. 거기에서 피파 리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모든 엄마와 딸의 관계는 조금 미묘하다. 싸울 땐 서로 잡아먹을 것처럼, 엄마처럼은 안 살겠다는 듯이, 다시는 보기 싫다는 듯이 싸우면서 조금만 떨어져 있어도 서로에 대한 생각이 간절해지고 애틋한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와 딸의 관계는 그렇게도 드라마틱하다. <엄마를 부탁해>, <친정 엄마> <엄마의 말뚝> 등의 드라마가 크게 공감을 얻고 롱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엄마와 딸, 그 극단의 사이는 어째서 벌어지는걸까. 그리고 극단의 끝에 서 있는 두 여성의 삶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걸까.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는 엄마의 '로맨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읽고 싶다.
이것은 엄마와 딸과 엄마가 된 딸과 또 그 딸의 이야기다.

피파 리의 엄마는 약물 중독이었다. 그녀의 어머니처럼 뚱뚱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약을 먹었고, 언제나 약에 취해 살았다. 그런 어머니를 그저 반항심으로 바라보던 피파는 학교를 그만두고 가출을 하고, 쾌락에 이끌린 생활을 하게 된다. 계기는 물론 어머니에 대한 증오와 사랑이었다.

어머니가 된 피파는 어느 날 몽유병을 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완벽한 어머니가 되기 위해 힘써왔던 지난 날들의 자신은 결국 피파 자신의 어머니의 모습과 닮아있었던 것이다. 어머니와 개인 사이의 삶은 상충되고, 그 급격한 골짜기에서 피파는 길을 잃고 만다.

그 모습을 피파의 딸은 지켜본다. 유독 엄마의 사랑에 대해 질투심이 많았던 딸. 피파는 자신과 엄마의 관계가 다시 이어질까 딸을 조심하고 멀리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다시 자신을 찾으려는 시도를 지켜봐 주고, 이해해주는 이는 딸이다.

어쩌면 너무나 닮아 있기에 서로 멀리하려 하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녀관계가 서로 의지가 되는 것은 아이에서 소녀, 여인, 어머니로의 변화를 겪으며 느끼는 고유의 감정을 유일하게 이해할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미래의 나와 과거의 내가 손 맞잡는 위로를 느낄 수 있는 관계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에 심리에 대해 어찌 이렇게까지 천착할 수 있었을까. 참으로 놀라운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