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마리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5
캐럴린 메이어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화가 드가의 그림에 나오는 무용수들은 짙은 화장에 무심한 표정, 무대 위 새처럼 화려한 모습이 아닌 무대 뒤 '사람'의 모습으로 보인다. 갓 등장한 사진 기법의 영향, 이상화를 추구하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를 화폭에 담아내려는 경향이 드러난 탓이다. 이런 드가의 그림들은 볼 때마다 아름답기도, 슬프기도, 현실감있기도 해서 자주자주 들여다보는 편이다.

 

그런데 드가의 그림 말고 조각상이 있었을 줄은 정말 몰랐다!

드가는 습작 형식으로 여러 개의 조각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주로 밀랍을 사용하여 만든 조각상은, 밀랍의 재료적 특성 때문에 더욱 사람같아보였고, 그 조각상에 발레리나의 튀튀와 토 슈즈를 신겨놓았기에 더욱 더 사람같았다고 한다. 그 중 드가 생전에 공개된 단 하나의 조각상, <열네 살의 어린 무용수>로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발레를 신분 상승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어머니 밑에서 세 자매는 차례로 발레리나가 된다. 언니인 앙투아네트는 멋진 신사와의 하룻밤, 그리고 조금의 돈을 생각하지만 둘째인 마리는 진심으로 춤을 사랑하는 소녀다. 그들은 마른 빵 한조각도 불려 나누어 먹어야 할 정도로 궁핍하지만 마리는 춤 출때만큼은 진심으로 행복해한다. 그런 마리를 지켜보던 화가 드가는 마리에게 모델이 되어줄 것을 부탁한다.

 

마리는 모델 일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이내 드가의 예술에 대한 열정에 감명받고 자신의 발레에 대한 생각을 돌아보게 된다. 발레와 현실 사이의 그 어떤 지점. 그 곳이 마리가 서서 고민하는 지점이다. 드가는 마리 안에 내재해 있는 재능을 발견하지만, 마리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마리를 모델로 세우며 '너를 발레단의 스타'로 만들어 주겠다던 약속은 그러나 약 120년이 지난 후에야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비단 발레단의 스타일 뿐 아니라 세계의 스타다. 그것도 한번 보면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열네 살 무용수의 무거운 삶이 그대로 드러나는 표정과 자세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발레를 향한 그녀의 열정과 삶에의 의지는 영원한 발레단의 에투알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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