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빨간머리앤> 줄거리


루시 모드 몽고메리 <빨간머리 앤>은 상상력이 넘치고, 낭만을 좋아하는 소녀 앤의 성장을 담은 소설이다. 앤은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이 집, 저 집에서 키워지며, 고된 노동과 열악한 환경으로 뒤덮인 시간들을 보냈다. 그러다 결혼도 하지 않고, 자녀도 없었던 마릴라 부인과 그의 오빠인 매슈에게 입양을 가게 된다. 하지만 마릴라 부인가 남자아이를 원했던 탓에, 다시 고아원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앤은 그 순간조차 아름다운 풍경으로 시선을 돌리며 긍정적으로 마음먹는다.

있지요, 전 즐거운 기분으로 가기로 결심했어요. 지금까지 마음만 굳게 먹으면 대개 무슨 일이든 즐길 수 있었거든요. 물론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하지만요.

- 루시 모드 몽고메리 <빨간머리 앤>

그런 앤을 측은하게 생각한 마릴라는 결국 앤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리고 모든 교육은 마릴라가하고 매슈는 참견하지 않기로 한다. 마릴라는 냉정하고, 단오하지만 츤데레같은 매력이 있고, 매슈는 자상하고, 친절하며, 따뜻하다. 앤은 마릴라, 매슈와 함께 초록 지붕 집에서 함께 살게 된다.

앤은 다양한 풍경과 상황에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이름을 지어 부르며, 사랑스러운 날들을 보낸다. 가끔 주근깨의 빼빼마르고, 빨간머리를 가진 자신만의 컴플렉스를 무례하게 들추어 댈 때나 예상치 못한 상황들 속이 생기지만, 그럴 때마다 앤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고, 반성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그 상황들 들조차 낭만적이게 받아들인다.

그런 앤의 곁에는 평생 우정을 엄숙하게 약속한 다이애나, 앤을 긴장하게 하는 길버트가 있었고, 함께 희망과 야망을 키워나가며 성장한다.

 


2. 루시 모드 몽고메리 <빨간 머리 앤> 주관적 책소개



루시 모드 몽고메리 <빨간머리 앤>의 빨간머리 앤을 상징하는 색은 말할 것도 없이 빨간색이다.

애교스럽고 천진난만한 핑크가 아닌, 순백의 청순한 화이트도 아닌, 평온하고 청량한 하늘색도 아닌, 시원하게 푸르른 녹색도 아닌, 정말 딱 빨간색이다.

그 중에서도 밝고, 탁함이 없는 명도와 채도가 높은 빨간색이다.

열정을 상징하는 태양의 이글이글한 빨간색이 아닌, 앵두의 사랑스러움을 닮은 빨간색이다.

빨간머리 앤은 긍정과 희망과 솔직함이 적절히 버무러진 사랑스러움을 장착했다. 그리고 그것은 앤의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앤의 상상력은 힘들고 억울한 상황에서도 낭만적인 상상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려는 앤의 성품과 노력이 깃들어있다.

앤의 상상력에서 비롯된 사랑스러움은 마릴라의 집에 입양가려했다가 다시 고아원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빛을 보였다. 고아원에 갔다가, 술주정뱅이 아저씨와 어린 아이를 보살피며, 지독하게 일을 해야 하는 집으로 입양을 가게 될 수도 있는 상황임에도 앤은 두 눈 가득 아름다운 것들을 담았다. 앤의 눈에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것들이 잘 담긴다.


"무언가에 실망할 때마다 되풀이해서 말하며 위안을 얻곤 해요."

"그게 어떻게 위로가 된다는 건지 모르겠구나."

"뭐랄까, 마치 제가 책 속의 중인공이 된 것처럼 근사하고 낭만적으로 들리거든요. 전 낭만적인 것을 아주 좋아해요. 희망이 묻힌 묘지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을 만큼 낭만적인 말이잖아요, 안그래요? 제가 그렇다는 게 오히려 기쁠 정도예요. 오늘도 반짝이는 호수를 지나가나요?"

"배리 연못 쪽으론 가지 않는다. 반짝이는 호수라는 게 그 연못을 두고 하는 소리라면 말이다. 우린 바닷가 길로 갈거야."

앤이 꿈꾸듯이 말했다.

"바닷가 길이라니 근사하게 들리네요. 이름처럼 그렇게 멋있을까요? 아주머니가 '바닷가 길'이라고 말씀하시는 순간 아름다운 그림이 떠올랐어요."

- 루시 모드 몽고메리 <빨간머리 앤>

앤에게 못생겼다며 함부로 말하는 린드 부인에게 화를 낸 후, 뒤늦게 사과를 하러갈 때에도 앤은 굴욕적인 상황을 즐기기마저 했다.

앤은 그야말로 자신을 철저히 깎아내리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마릴라가 뿌듯해하던 그 바람직한 벌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앤은 그것을 완전히 즐거운 일로 바꿔 버렸다.

- 루시 모드 몽고메리 <빨간머리 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도 역시 아름다운 것들을 두 눈에 가득담고, 용서를 비는 일을 낭만적인 일로 만들어버린다.


 

잘못을 빌고 용서를 받는다는 건 유쾌하고 기분이 좋은 일이에요. 그렇죠? 오늘 밤엔 별이 밝게 빛나네요.

- 루시 모드 몽고메리 <빨간머리 앤>


 

실수를 한 앤은 사랑스럽다. 중요한 손님에게 대접할 케이크에 실수로 진통제를 넣어버린 앤은 한바탕 부끄러움을 거침없이 표현하며 자책하기 바쁘다. 하지만 이내 상상력으로 생각을 전환하고, 이렇게 다행일 수 없노라며 행복해 한다.

"마릴라 아주머니, 내일은 아무런 실수도 저지르지 않은 새 날이라고 생각하니 기쁘지 않으세요?"

"넌 분명히 내일도 실수를 많이 저지를 거야. 너 같은 실수 투성이는 본 적이 없으니까, 앤."

"맞아요. 저도 잘 알아요.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는 거 아세요, 마릴라 아주머니? 전 절대 같은 실수는 하지 않아요."

"그 대신 날마다 새로운 실수를 저지르는데, 뭐가 좋은 점이라는 거냐."

"어머, 모르세요, 아주머니? 한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에는 틀림없이 한계가 있다고요. 제가 그 한계까지 간다면 더이상 실수 할 일은 없을을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놓여요."

- 루시 모드 몽고메리 <빨간머리 앤>


 

나의 인생책인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라는 문장이 인생 메시지가 되었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 <빨간머리 앤>의 빨간머리 앤이 그렇다. 어쩔 수 없는 상황, 불행하고, 억울하고, 따끔거리는 현실에서 앤이 선택한 것은 상상력이었다. 그것들을 낭만적인 것들로 만들어버리는, 그리고 그것을 즐기게 하는 상상력.

루시 모드 몽고메리 <빨간머리 앤>은 한 문장 한 문장이 사랑스러운 빨간색이어서 가끔 꺼내먹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주변 사람들에게 가끔 꺼내먹게 하고 싶은 책이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나야 할 작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글로 읽었을 때 흡수되는 문장의 낭만이 더 맛있는 책이다. 중간 중간의 일러스트는 말랑 말랑 낭만에 더 빠져들게 하는 퐁신퐁신한 뭉게구름같다.

살면서 날카로운 상처보다는 아름다운 풍경과 순간을 눈에 담고 싶다면. 그래서 고된 지금을 낭만적인 설레임으로 물들이고 싶다면. 그렇게 빨간머리 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면. 이따금씩 루시 모드 몽고메리 <빨간머리 앤> 책으로 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를 추천한다.

예쁘다고요? 어머, 예쁘다는 말만으론 모자라요. '아름답다.'는 말도 맞지 않아요. 그런 말로는 한참 부족하다고요. 아, 그래요. '황홀하다.''황홀하다.'가 좋겠어요. 제가 더 멋지게 상상할 수 없었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 루시 모드 몽고메리 <빨간머리 앤>

은혜로우신 하느님 아버지, 기쁨의 하얀 길과 반짝이는 호수, 보니와 눈의 여왕을 보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말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 <빨간머리 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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