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 마이어 : 컴퓨터 게임과 함께한 인생
시드 마이어.제니퍼 리 누넌 지음, 이미령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명 메트로폴리스> 카페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읽게 된 책. 플레이타임으로 치면 살면서 가장 많이 하지 않았을까 싶은 게임인 문명 시리즈를(아닌가 FM인가...) 만든 전설적인 게임개발자 '시드 마이어'의 자서전이다. 시드 마이어가 게임 개발을 시작한 1980년대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연대별로 제작한 게임에 맞추어 시드 마이어의 삶과 게임에 대한 관점을 풀어내는 책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사실 게임 개발에 대해서는 1도 모르는 내가 잘 읽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정말 술술 읽을 수 있었던 재밌는 책이었다. 중간에 "도전 과제 달성" 라는 게임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어서(실제로 독자가 뭘 해야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읽어나가면 되는 것이지만)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의 전반부는 마치 <매드게임타이쿤> 같이 게임을 개발하는 종류의 게임을 하는 느낌이었다. 게임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시대에 개발 담당 한 명, 마케팅 담당 한 명이 게임을 만들어서 여러 게임을 히트치면서 사세를 확장시켜나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머리를 쥐어짜내 기술적이고 개념적인 혁신을 만들어내고, 하드웨어의 발전과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게임을 만드는 것'에 대한 책일 뿐만 아니라 '게임 산업을 만드는 것'에 대한 책이 된다(혼자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코딩 같은 것은 만져본 적도 없는 나 같은 사람도 하나의 산업이 태동하고 사회를 바꿔나가는 과정에 포인트를 맞추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산업적인 관점이 아니라 게임을 취미로 즐기는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도 고민해볼 만한 다양한 이슈가 펼쳐진다. 예컨대 "게임이라는 매체는 우리에게 어떤 경험을 주어야 하는가?" 이에 대해 시드 마이어는 게임은 다른 예술이나 매체에 비해 수동적인 관찰을 넘어서서 능동적으로 몰입하게 되고, 영화나 박물관을 관람하는 것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을 써야한다는 특징을 주목한다. 이러한 게임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게임 경험은 플레이어를 도덕적 딜레마 상황에 빠뜨려 불편한 자아 성찰을 이끌어내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한편으로 불쾌한 폭력을 경험하게 하면서 "그냥 게임일 뿐"이라고 눙치고 넘어가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시드 마이어의 이런 논의는 상업성과 대중성을 강하게 띤 게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어떤 경험을 하게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플레이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숙고해야 할 주제라고 생각된다.


이 경험(*1980년 어머니가 자신이 만든 헬리콥터 게임에 감정적으로 깊이 몰입한 것을 본 경험)을 통해 게임이 단순한 기분 전환 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무언가 느끼게 한다. 위대한 문학은 페이지 위해 그려진 구불구불한 검은 선만으로도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움직임, 소리, 색상이 발휘할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불현듯 이러한 매체를 통해 이루어질 감정적 상호작용의 잠재력이 대단히 흥미롭고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3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