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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평점 :
이 작품의 가제본 서평단 모집에 응모해 봤는데, 운 좋게도 한 번 읽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가제본이라 작가 소개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해설을 보니 델리아 오언스는 원래 생물학자고 이 작품은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 처음으로 냈다고 합니다.
프롤로그에서, 1969년 10월 30일 한 청년이 살해된 시체로 발견됩니다. 누군가가 망루에서 밀어 떨어뜨렸죠. 그리고 다음 화에서, 시점은 1952년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습지 한가운데에 있는 오두막으로 갑니다.
여섯 살 소녀 카야는 집을 나간 어머니를 그리워하지만, 아버지의 폭력에 견디다 못해 결국 그 언니와 오빠들까지 모두 가출을 해 버리죠. 그녀는 결국 그들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심지어는 가장 친했던 막내 오빠마저도 그녀를 두고 나가게 됩니다.
카야는 결국 아버지와 단둘이 살게 됩니다. 폭력적인 아버지는 늘 술을 마시고, 집에는 며칠에 한 번씩 들어옵니다. 여섯 살짜리 소녀에게 이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녀는 혼자서 요리도 하고 청소도 하고, 습지의 동식물에 관해서는 누구보다도 더한 전문가가 되고, 물고기나 조개를 잡아 다른 사람들에게 팔면서 겨우 돈을 얻어 살아갑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이름 대신 ‘마쉬(marsh, 습지) 걸’이라고 부르며 따돌립니다. 그녀는 학교는 단 하루 나가고 사람들의 냉대를 견디지 못한 채, 사람들이 올 때마다 숲속에 숨어 있고, 그러는 와중에 아버지와 잠시 친해지기도 하지만, 결국 그녀는 늘 혼자 살아가는 데 익숙해집니다. 그녀의 친구는 습지에 사는 새들과 동물들뿐이죠.
이 작품은 1969년의 살인사건과, 카야의 성장기를 번갈아 가며 보여줍니다. 피해자가 카야에게 관심을 보였던 청년임이 밝혀지자 그녀는 강력한 용의자로 떠오릅니다. 과연 카야는 유죄일까요. 무죄일까요. 그리고 그녀가 어떻게 하다가 그와 만나게 되었을까요. 물론 이를 말하면 스포일러이므로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이 작품을 읽는 동안, 가장 먼저 떠오른 작품은 카렌 디온느의 <마쉬왕의 딸>입니다. 마쉬왕이란 안데르센의 동화에서 비롯된 말로, 습지의 한 오두막에서 어머니와 아버지와 셋이서만 살던 한 소녀의 성장기 겸 스릴러죠. 그런데 알고 보니 아버지는 최악의 연쇄살인범이고, 어머니는 그에게 납치당한 피해자였습니다. 주인공이 성장하는 과정과 아버지가 체포된 현재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이 작품 역시 비슷한 구성입니다. 연쇄살인범은 아니지만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를 둔 한 소녀의 외로운 성장기, 로빈슨 크루소나 거의 다름없는 삶을 사는 동안에도 그녀가 느끼는 첫사랑을 매우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가 생물학자 출신인 만큼, 보는 내내 이 작품의 배경인 습지가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성장소설, 수사물, 법정물의 조화가 잘 되어 있으며 무엇보다도 카야가 겪은 외로움에 관한 묘사가 훌륭합니다.
정말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정식 출간되면 꼭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