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미국 곳곳에서 죽은 사람들이 다시 살아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집니다. 이상한 점은 죽었다 살아나는 사람들의 사인, 연령 등 어떤 점에서도 공통점이 없다는 사실이죠.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그 와중에, 이 사건의 무대는 미국 북동부의 작은 마을인 툼스빌로 옮겨집니다. 이 마을은 발리콘 가가 운영하는 오래된 장례 회사로 유명하죠, 현재 주인인 스마일리는 늙어서 은퇴했고 장남인 존이 꾸려 나가고 있습니다.
 스마일리는 유언 발표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인연을 끊고 지낸 아들 스티븐을 찾는데, 스티븐은 이미 죽고 그 아들인 그린(본명 프랜시스)은 발리콘 가로 향합니다. 그런데 도착한 뒤 그린은 할아버지 스마일리의 초콜릿을 먹고 죽게 됩니다. 그러나 되살아나고 있는 시체들처럼 자신도 살아납니다. 하지만 자신은 정신만 멀쩡하고 움직일 수도 있지만 숨도 쉬지 못하고, 오감도, 신경도, 혈액도 죽은 다음입니다. 그린은 누가 스마일리를 죽이려 한 걸까 의심하고, 자신의 몸을 방부 처리하여 죽음을 숨기고 살인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보면 좀비 영화와 같은 내용이죠, 단지 좀비가 지능도, 의지도, 살아 있을 때의 기억까지 가지고 활동한다는 점이 큰 차이지만요.
 그리고 죽었다가도 다시 살아나는 이가 그린 하나만이 아니라는 점이 이야기를 매우 복잡하게 만들고, 그만큼 독자로서의 사건 예측을 힘들게 만듭니다. 그리고 발리콘 가 사람들이 내놓는 죽음에 대한 철학, 서양 고전의 걸작 추리소설들에 대한 오마주, 전형적인 정통 추리물로서의 전개 등이 돋보입니다. 그러면서도 분위기가 시종일관 어둡지는 않습니다. 중간중간 여주인공 체셔가 벌이는 아마추어 탐정으로서의 활약은 웃음을 충분히 자아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죽음에 대한 철학이 장식물이 아니고 사건 동기와 트릭을 밝혀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등 구성이 매우 돋보이고, 무엇보다도 비논리적인 상황을 논리적으로 끌어낸다는 점이 추리물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이 작품 속의 논리로 치면 모두 맞아 떨어집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재미있다는 점에는 무조건 한 표입니다.

 정말 걸작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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