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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 - 박경리 대하소설, 1부 1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평점 :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는 한국 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명작으로 평가받지만 문학 연구자나 평론가들 사이에서 작품의 완성도나 표현 방식 혹은 사상적 측면에 대해 몇 가지 비판적인 견해가 제기되기도 했다.
주요 비판점은 대체로 이러한 것들이다.
* 긴 문장과 장황한 지문으로 인한 가독성 저하 :
<토지>는 사건과 인물의 심리를 상세히 묘사하려는 의도로 인해 문장이 지나치게 길고 장황하게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배경 묘사나 작가의 내면 서술이 끝없이 이어질 때가 많아, 현대 독자들에게는 문장의 호흡이 지나치게 무겁게 다가오며 전개의 속도감을 떨어뜨려 전반적인 가독성을 낮추는 주요 요인이 된다
* 언어 및 문장 표현의 문제 : 일부 전문가들은 <토지> 내에서 일본어 단어나 일본식 관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된 점을 치명적인 오점으로 비판했다. 특히 번역상의 오류나 부정확한 우리말 문장이 21권이라는 방대한 분량 속에 포함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작가의 직접적 개입과 계몽적 서술 :
전지적 작가 시점을 취하고 있는 <토지>는 서술자가 사건 뒤에 숨어 상황을 전달하기보다, 작가가 직접 작품에 개입하여 자신의 역사관이나 철학, 생명 사상을 직접적으로 설파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작가의 노골적인 직접 개입은 독자가 스스로 서사 속에서 의미를 해석할 여지를 줄이고, 소설을 다소 교훈적이거나 계몽적인 텍스트처럼 느끼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 후반부 대하소설의 밀도 저하 (구조적 결함) :
<토지>는 제4부와 제5부(일제강점기 말기~해방)로 갈수록 평사리 중심의 끈끈한 인물 관계망이 느슨해진다.
사건을 직접 보여주기보다 지식인 인물들의 대화나 관념적인 독백을 통해 '말하기(Telling)' 방식으로 역사적 상황을 요약 전달하는 빈도가 늘어난다. 이로 인해 전반부(1~2부)가 가졌던 서사적 긴장감과 인물 간의 갈등 밀도가 후반부로 갈수록 성성해지는 구조적 결함을 보인다. 여기서부터 독자의 인내심은 본격적으로 시험 당하기 시작한다.
* 원전 훼손 문제 : 출판 과정에서 원작의 문장이나 표현이 크게 훼손되어 교과서 등에서 잘못된 내용이 전달될 가능성에 대한 비판도 있다.
* 사상적/구조적 제한 : 3대에 걸친 민초들의 삶을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사의 중심이 최서희라는 특정 인물과 '최참판댁'이라는 가문의 재산 회복에 집중되어 있어 더 넓은 민중 사학적 관점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 번역의 어려움 : 작품 속에 토속어, 경상도와 북한 사투리 등이 섞여 있어 타 언어(프랑스어 등)로 번역할 때 원작의 맛을 살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
<토지>가 한국 근현대사를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역사적, 문학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완성도'나 '표현의 세밀함'에 있어서는 상기와 같은 비판 요소들이 엄연히 존재함은 부인할 수 없다.
어느 작가는 이 책을 글쓰기의 교본이라며 극찬하기도 했다지만, 감방 안에서 무료함을 달래가며 읽을 수 있는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바쁜 현대인들이 20권의 대하소설 전권을 읽는다는 건 솔직히 '지적 만용'에 가까운 허세라고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