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거짓말 탐지기는 누가, 왜 발명했을까?
마스턴과 할러웨이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하버드 야드에서 센트럴 광장까지 걸었다. 목적지는 “케임브리지의 고급 엔터테인먼트의 본산”, 시닉템플 영화관이었다. 마스턴에게도 영화관에 갈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신사정장용 고급 양모를 취급하던 아버지의 사업이 부진하자 학자금을 대기 위해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에머슨 홀의 심리실험실에서 마스턴은 거짓말과 진실을 가려줄 수 있다는 기계로 실험 중이었다.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그는 거짓말을 진실로 바꾸어야 했다. 진실이 아니지만 스크린에서는 진실처럼 보일 이야기 쓰는 법을 배워야 했다. 마스턴은 하버드대 2학년이었던 1912~1913년에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영화관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내면서 각 영화사가 제작한 영화들의 플롯과 스타일, 그리고 영화에서 구현 가능한 시각효과를 연구했다.
3학년이 된 마스턴은 다시 연구실로 돌아갔다. 그는 혈관이 수축할 때의 최대혈압을 이용해 거짓말을 탐지하는 실험을 고안했다. 마스턴은 피험자로 심리학과 대학원생 10명을 모집했다. 피험자 열 사람에게는 마스턴이 모르는 서로 다른 이야기가 주어져야 했으므로 이야기를 쓰는 건 할러웨이에게 맡겼다. 각각의 이야기를 봉투에 넣고 피험자에게 건네준 다음, 친구를 변호하기 위해 증언을 하도록 했다. 이때 피험자는 자기 선택에 의해 거짓 증언을 할 수도, 진실을 말할 수도 있었다. 마스턴은 오직 피험자의 팔에 단 혈압계의 혈압 수치만을 기반으로 거짓말을 판별했다. 마스턴은 107건의 실험 가운데 103건의 진위를 맞췄다.
하버드대 심리실험실에서 안경을 쓴 마스턴이 레너드 트롤랜드에게
거짓말 탐지검사를 실시 중이다.(1914년)
윌리엄 몰튼 마스턴이 원더우먼을 창조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 실험으로 역사에 기억되었을 것이다. 그는 거짓말 탐지기를 발명했다. 거짓말 탐지기는 백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원더우먼』 곳곳에도 등장했다.
“엘바, 이리 와. 거짓말 탐지기로 시험해봐야겠어.” 다이애나 프린스가 스파이로 의심되는 비서 엘바 도브를 끌고 복도를 걸으며 말한다.
“내가 질문을 할게.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혈압이 올라갈 거야.” 다이애나는 트레버가 지켜보는 가운데 엘바를 기계에 묶으며 말한다.
“네가 비밀 서류함에서 보고서를 가져갔지?” 다이애나가 묻는다.
“아니야, 내가 아니야!” 엘바가 우긴다.
“맙소사! 저 여자, 거짓말을 하고 있어.” 트레버가 그래프를 보며 외친다.
거짓말 탐지검사를 실시하는 다이애나 프린스.
「사무실의 스파이」, 『센세이션 코믹스』 3호(1942년 3월)
첫 번째로 고안한 거짓말 탐지 실험들을 마무리 짓던 3학년 말, 마스턴은 광고를 보았다. “‘영화’ 시나리오 공모, 상금 100달러.” 에디슨 영화사에서 재능 있는 대학생 발굴을 위한 공모전을 개최한 것이었다. 하버드대를 비롯해 총 10개 대학교 학생들이 참가할 수 있었고 우승자에게는 상금이 주어졌다. 총 337편의 시나리오가 공모되었고 마침내 에디슨 영화사는 대상을 발표했다.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10개 대학 학생들이 초청된 이 공모전의 대상으로 『겁쟁이 잭 케너드』가 선정되었다.” 대상 시나리오의 작가는 윌리엄 몰튼 마스턴이었다.
『겁쟁이 잭 케너드』가 배우를 캐스팅하고 촬영을 마치는 데에는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클라이맥스이자 마지막 장면에서 케너드는 신설된 하버드 광장 지하철역에서 열차에 치일 위험에 빠진 여자친구를 구하면서 용기를 증명한다. 스토리텔링 연구에 천착한 결과, 마스턴은 자신이 겪은 사실들을 픽션으로 기워내는 법을 익혔다. 하버드 광장 지하철역에서 있었던 사고, 대학 풋볼팀에 들어가지 않은 고교 풋볼 스타, 빚에 허덕이는 대학생. 마스턴의 거짓말에는 진실이 담겨 있었다.
<겁쟁이 잭 케너드>의 한 장면(1915년)
마스턴은 하버드대 로스쿨에 입학 허가를 받았다. “거짓말의 심리·물리학은 제가 법조계에서 일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소파에 누운 마스턴이 놀라울 만큼 시건방진 투로 말했다. 마스턴은 자기 연구를 설명했다. “실험을 100번 해봤는데 모두 옳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증인을 반대 심문할 때 몹시 귀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증인의 팔에 혈압계를 달면 증언의 진위 여부를 판별할 수 있죠.”
『원더우면 허스토리』 사전 연재 5화에서 계속
<원더우먼 허스토리>는 반세기 넘게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원더우먼의 비밀스럽고 신비한 역사를 파헤칩니다. 최초의 여성 히어로이자, 대중문화 속 페미니즘의 아이콘인 원더우먼을 통해 지금껏 잃어버리고 끊임없이 다시 싸워진 페미니즘의 역사를 세세히 만나봅시다.
* <원더우먼 허스토리> 사전 연재 안내
1. 사전 연재는 매주 월/수/금 '윌북 알라딘 서재'에서 단독 공개 됩니다.
2. [사전 연재] 글은 책의 본문 내용 중 편집을 거쳐 공개됩니다.
3. <원더우먼 허스토리>는 5월 초 출간 될 예정입니다.
"실험을 100번 해봤는데 모두 옳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증인을 반대 심문할 때 몹시 귀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증인의 팔에 혈압계를 달면 증언의 진위 여부를 판별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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