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세이디 할러웨이에서 마스턴 부인으로 


1915615, 세이디 할러웨이는 마운트홀리오크대를 졸업했다. 술이 달린 학사모를 쓴 할러웨이는 목덜미가 훤히 드러나는 단발을 하고 있었다. 1912년경 그리니치 빌리지의 페미니스트들이 머리를 단발로 자르기 시작했지만 1915년까지도 단발은 급진적인 헤어스타일이었다. 뉴욕 타임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단발 개념은 러시아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여성 지식인들은 혁명가들이었다. 그들은 경찰에게 쫓길 때 쉽게 변장할 수 있도록 머리를 잘랐다.”

 

마스턴은 할러웨이에게 프러포즈했다. 할러웨이는 승낙했다. 마스턴은 겁쟁이 잭 케너드의 상금으로 약혼반지를 사서 할러웨이에게 주었다. 마스턴은 그녀가 자신의 성을 따르기를 바랐다. 할러웨이는 성을 바꾸긴 했지만 분개했다. “이름에 관한 한 여자들은 아버지 이름 아니면 남편 이름을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니까, 마음에 드는 쪽을 골라. 이 문명에는 여자 자신의 이름같은 건 없거든.” 할러웨이는 친구에게 조언했다. 세이디 엘리자베스 할러웨이는 베티 마스턴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할러웨이와 마스턴(1916년)



마스턴은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한편 할러웨이는, 그녀 자신의 표현을 빌면, “하버드대 바보 멍청이들이 여자를 받지 않아서 보스턴대에 진학했다.” 보스턴대는 1869년 설립 당시부터 여학생을 받은 매사추세츠 최초의 남녀공학 대학교였다. 그러나 1915년에 로스쿨을 다닌 여학생은 단발머리 할러웨이를 비롯해 3명이 다였다. 형법 강의에서 강간 같은 주제를 다루면 여학생들은 교실 밖에 나가 있어야 했다.


홀리데이대학교 강의를 듣기 위해 변장하는 원더우먼. 

신문연재만화 『원더우먼』 (1944년 9월 14일)



19171, 여성참정권론자들은 백악관 밖에서 여성들은 언제까지 자유를 기다려야 합니까?”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헌법수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집회를 해산시키지 말라고 간청했다. 윌슨의 취임식 전날인 191734, 차디찬 빗속에 백악관 주위를 행진한 여성의 수는 1천 명이 넘었다.


백악관 바깥에 결집한 전미여성당의 여성참정권론자들(1917년)

 


윌슨의 취임식 직후 독일 U보트가 미국 선박 3척을 침몰시켰다. 42,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헌법수정안이 의회에 제출되었다. 같은 날 윌슨은 의회에 미국 참전을 발표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백악관으로 돌아가 눈물지었다고 한다. 백악관을 둘러싼 시위자들은 집회 해산을 거부하다가 체포되었다. 재판에서 판사는 말했다. “지금 같은 전시에 대통령을 방해해선 안 됩니다.”

 


  원더우면 허스토리』 사전 연재 6화에서 계



<원더우먼 허스토리>는 반세기 넘게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원더우먼의 비밀스럽고 신비한 역사를 파헤칩니다. 최초의 여성 히어로이자, 대중문화 속 페미니즘의 아이콘인 원더우먼을 통해 지금껏 잃어버리고 끊임없이 다시 싸워진 페미니즘의 역사를 세세히 만나봅시다.


* <원더우먼 허스토리> 사전 연재 안내

1. 사전 연재는 매주 월/수/금 '윌북 알라딘 서재'에서 단독 공개 됩니다. 

2. [사전 연재] 글은 책의 본문 내용 중 편집을 거쳐 공개됩니다.

3. <원더우먼 허스토리>는 5월 초 출간 될 예정입니다.

"이름에 관한 한 여자들은 아버지 이름 아니면 남편 이름을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니까, 마음에 드는 쪽을 골라. 이 문명에는 ‘여자 자신의 이름’ 같은 건 없거든." 할러웨이는 친구에게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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